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일보] 온통 악재투성이의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이 천편일률(千篇我们都)적으로 비관 일색이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사정이 온통 악재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암울한 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당연히 비관적·염세적인 진단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내년 경제 성장률은 1.6%에 그치고, 수출은 올해보다 4.5% 감소하며, 신규 고용도 올해보다 88% 급감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뿐만 아니라 내년 기업 설비투자도 올해보다 3% 이상 쪼그라들고, 민간 소비 증가율은 반 토막이 날 것으로 전망한다. 올 들어 8% 가까이 증가하며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마저 내년엔 3.1~4% 급감한다니 암담하다 못해 참담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충격이 새해 우리 경제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닥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연히 새해는 춥고도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임을 모든 경제 주체가 각오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일 것이다.
한국경제의 주력 엔진인 수출은 지난 10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연말까지 500억 달러의 사상 최대규모의 무역 적자가 명확하다. 미·중 갈등 고조,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중국의 코로나 확산 등 글로벌 여건은 어느 것 하나 풀릴 기미라고는 전혀 보이질 않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과 고용 한파가 덮쳐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수출·소비·투자의 ‘트리플(Triple) 침체’에 기인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 총체적 복합위기)’의 매서운 찬 바람에 성장 동력이 금세 꺼져버릴 것 같은 백척간두에 선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에 봉착해있다.
새해 경제침체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의 부진이 유독 더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2%로, 우리보다 높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 때인 2020년 한 해만 빼놓고 11년간 세계 평균을 밑도는 성장에 그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올 3분기 국내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의 빚이 3,593조에 달했다. 가계부채에 기업부채까지 더한 민간부채 규모는 전체 국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월 2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결한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 │ 기업 부채의 합) 비율은 223.7%로 전분기보다 0.4%포인트 높아져 3분기 가계부채 1,870조6,000억 원과 기업부채 1,722조9,000억 원를 합한 규모는 3,593조5,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한국경제의 ‘시한폭탄 뇌관’으로 우려되는 대목은 자영업자의 금융 대출이 증가 속도도 빨라 1년 새 14.3% 급증해 올 3분기 1,014조 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2020년 1분기엔 700조 원이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2년 6개월 새 45%나 급증해 1,000조 원을 돌파했다. 그동안은 대출금 상환 연기 등의 정책 지원으로 용케 버텨왔지만,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면서 벼랑 끝에 내몰리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다지만 자영업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라곤 아예 보이지조차 않는다. 설상가상 고금리 폭탄까지 떨어져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평균 대출 이자율은 연 5.9%로, 작년보다 2%포인트나 올랐고, 5명 중 1명꼴로 연 8% 넘는 고금리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빚을 빚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2021년 기준 자영업에 종사하는 수는 551만 명에 달해 전체 취업자의 20%나 차지한다. 결코 적지 않는 규모임엔 틀림이 없다. 따라서 이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바로 서민 경제임을 알아야 한다. 경제가 나빠질 때 자영업자에게 제일 먼저 한파가 들이닥친다. 아직 대출 연체율은 0.19%로 안정적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낮은 연체율은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원 때문이라고 밝혀, 지원이 중단되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자영업자 부실 대출이 내년 말 최대 3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3.25%인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년 3.75%까지 오른다면, 여러 금융회사에서 중복해 빚을 진 저소득 저신용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9.3%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 상승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까지 겹치면, 금융 취약계층의 파산 위험은 더 빠르게 확산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이미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가늠하는 ‘금융불안지수(FSI)’는 10월 이후 2개월 연속 ‘위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고금리 충격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만기 일시 상환 대출을 분할 상환으로 전환하는 기일 연장이나 원리금 부담을 감면하는 등의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을 서둘러 가동하고 비용 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 지원, 한계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 폐업 지원과 사업전환 유도, 주택가격 안정 대책과 함께 세입자 보호책 강화 등 적극적인 선제 대응을 통해 자영업의 몰락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지난 12월 21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수출을 올해보다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의 급격한 위축 등 수출을 줄일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원유, 원자재 등의 수입이 수출보다 큰 폭으로 줄면서 수입 감소 폭이 수출 감소 폭을 상회해 무역수지가 흑자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Recession Trade Surplus)’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성장 저하, 수출 감소로 인해 이례적인 ‘고용 있는 침체(Jobful Recession │ 불황 속 인력난)’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신규 취업자 수도 올해 81만 명에서 내년에 10만 명으로 확 줄어들어 경기침체에 역대급 고용 한파가 온다. 게다가 3만4,984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이 원화 약세로 인해 당장 올해부터 3만3,590달러로 4%가량 줄어든다.
이처럼 주변이 온통 지뢰밭인 한국경제의 현실은 분명 위기 상황임엔 틀림이 없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성장전략이 화급하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케네스 로고프(Kenneth S. Rogoff)’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2024~2025년까지도 고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지만, 경제는 심리라는 전제하에 IMF 외환 위기급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식의 지나치게 과도한 걱정은 삼가야 한다. 이 같은 심리적 요인 탓에 실물경제가 더 위축되고 이로 인해 경제가 더 망가지는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식은 분명히 갖되 위기 극복은 ‘성장’이라는 정공법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우선 물가관리를 위해 긴축재정이 불가피해진 만큼 정부가 돈을 풀어 성장을 이끌기엔 현실적으로 분명 한계가 있다. 대신 민간의 투자 물꼬를 터주는 방식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게 보다 효율적이다. 미래산업 중심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신성장 4.0 프로젝트 비중을 확대하고, 대출 중심의 지원에서 사업 특성별 공유자 각자의 몫을 투자하는 지분투자 또는 메자닌(Mezzanine)을 활용하되, 기업 발목에 채운 모래주머니와 같은 과잉 규제는 서둘러 풀고, 노동시장 유연성은 높이는 친시장 정책으로 민간 생산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