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통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우리 몸 곳곳에서 발생되며, 이는 얼굴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턱이나 입 주변으로 나타난 통증을 치아나 잇몸질환으로 의심해 치과를 방문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고 찌릿한 통증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삼차신경통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질환이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삼차신경의 장애'로 진료를 본 환자는 2018년 약 6만9000명에서 2021년 약 7만7000명으로 10% 이상 증가된 것으로 조사됐으며,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차신경이란 뇌신경 중 가장 굵은 신경으로 5번째 뇌신경을 말하며, 얼굴의 감각을 뇌로 전달하고 얼굴 표정 근육과 저작근 운동에 관여한다. 이 5번째 뇌신경은 크게 3갈래로 나뉘는데 눈과 이마부위에 영향을 주는 안신경(1분지), 광대뼈, 윗입술, 상악치아 부위에 영향을 주는 상악신경(2분지), 아랫입술, 턱, 하악치아에 영향을 주는 하악신경(3분지)으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삼차신경통이 삼차신경의 제2, 3번 분지 지배영역에서 편측성으로 나타나 치통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날카로운 송곳이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이 주 증상으로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예리한 통증이 수초에서 수분동안 지속되다가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치통의 경우 치료 전까지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삼차신경에 의한 통증은 짧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통증 때문에 순간적으로 얼굴을 움찔거리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식사를 하거나 세수를 할 때, 화장을 하거나 면도를 할 때, 혹은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찌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삼차신경통은 삼차신경이 주변 혈관에 압박을 받아 신경가닥을 감싸고 있는 껍질이 손상되는 탈수초화 현상에 의해 발생한다. 이는 선천적으로 삼차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 발생될 수도 있지만 외부 충격에 의한 외상이나 대상포진, 중이염 등과 같은 감염질환, 뇌종양, 뇌동맥류, 다발성 경화증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이차성 삼차신경통으로 분류하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삼차신경통을 특발성 삼차신경통이라 부른다.
안면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삼차신경 외에도 아주 다양하다. 삼차신경통보다 발생률은 낮지만 증상이 비슷한 설인신경통은 뇌의 9번째 신경에 의해 발생하는 증상으로 편도선, 인두, 혀 뒤쪽에 영향이 있어 음식물을 씹거나 삼킬 때, 크게 웃을 때 통증이 유발된다. 이 밖에도 군발두통, 비정형 안면통,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이 삼차신경통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치료방법에 차이가 있으므로 반드시 감별이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증상과 통증의 양상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삼차신경통은 순간적으로 강한 통증이 발생했다 사라지며, 무통기가 존재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까지 통증이 나타나지 않다가 점차 무통기가 짧아지며, 통증의 강도가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또한 감별을 위하여 뇌실질 MRI, 뇌혈관 MRI 등의 정밀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뇌혈관과 삼치신경과의 관계, 혈관 주행을 확인해보는 것 또한 정확한 진단에 많은 도움이 된다.
요즘 같은 겨울철,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기만 해도 찌릿한 통증을 일으키는 삼차신경통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원인 질환이 있다면 그에 맞는 치료를 시작하여 병의 진행을 막고, 특발성 삼차신경통의 경우에도 약물 치료로 충분히 통증의 강도, 무증상의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으므로 증상이 발생했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신경과를 방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