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올해도 중기업계가 ‘수입콩 공매제도’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수입콩에 대한 수입권 공매제도’는 밥상물가 안정 및 국산원재료 가격 폭락 방지 등의 목적으로 2019년 도입됐지만, 현재 콩 수급 불안정 및 원재료비 인상을 가중시킨 주범이 됐다.
대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직접배분(직배)·판매(공매) 하거나, 수입권을 배분(FTA수입권배분)·판매(수입권공매)하는 방식으로 실수요단체 및 개별업체에 공급되고 있다. 농식품부·aT의 직배대두 공급축소로 2017년부터 수입대두 부족 문제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단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조기공급분 차감 등으로 부족량이 누적 및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전까진 국영무역으로 수입된 수입콩을 유통공사에서 각 단체 및 실수요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직배제도’로 콩 수급이 이뤄졌다.
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 운영 방식이 부작용을 초래했단 지적이 나온다. 현행 수입콩 공매는 수요자의 전년 실적을 기준으로 낙찰되는 구조다. 압도적으로 콩 사용 물량이 많은 대기업 산하 업체들이 물량 배정에서 우선순위가 된다. 전국 1500여개 두부가공업체는 정부에 의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만큼 영세한 기업이 많아 입찰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공매입찰 참여를 위한 사전준비, 투찰 등에 추가적 인력 낭비가 발생하며, 10%의 보증금 사전 납부로 기업 현금 유동성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원재료 수급 단계부터 단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자, 두부 등 콩 가공 상품의 소비자 가격은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다. 그간 콩가공업계는 입찰과당경쟁, 원료수급난, 원가 상승을 부추긴 공매제도의 폐지를 강력히 주장해 왔으나, 공매제도 유지를 고집하는 농식품부와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올해도 공매제도를 보전할 계획이다. 대신, 시장 의견을 일부 반영해 공매 운영 물량을 기존 3만8000t에서 8000t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사업확장 및 신규창업 등 비정기적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정수준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공매 운영 물량의 잔류 사유를 제시했다.
콩가공업계는 농식품부의 이번 결정을 두고 “명분 달기에 불과하다”며 8000t으로 축소가 아닌, 완전 폐지가 합당하다고 규탄한다. 신규창업의 경우 기존 운영 업체와의 통합 입찰제도가 아닌 별도의 공급방식으로 안정적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28일 농식품부는 연말 부족물량 공급방법 관련한 의견을 실수요자단체에 전달하고, 단체에 합의된 의견을 당해 12월 2일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공급 방식 관련 단체 간 이견은 새해가 밝도록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업계는 공매로 인한 최종소비자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같은 품질의 콩이어도, 공급 방식에 따라 단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기준, 수입콩의 직배 공급가는 1400원/kg이었던 데 반해, 공매 최고가는 1610원/kg으로 직배 공급가 대비 15% 높다.
정부 증량분 3만3000t을 실수요단체에 실적비율로 배정하지 않고 공매 실시해 증량했음에도 부족사태는 여전했다. 물량 여유가 있는 단체도 계속 공매에 참여하며 실제 물량이 부족한 업체가 낙찰 받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된 탓이다. 지난해 aT는 11차 공매부터 미낙찰업체에 상한가로 추가 공급해 공매잔량이 소진되는 일이 발생했다. 예정됐던 공매 회차(15, 16차)가 없어짐에 따라 연말까지 공급계획(16차 공매)을 세워놓았던 단체는 수급에 차질을 빚었다.
한국연식품현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공매 폐지 및 실수요자에 동일한 가격의 대두공급을 해달라고 농식품부에 건의했지만 공매 운영 물량을 8000t으로 축소한다는 소극적인 피드백 뿐이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공매제로 인해 콩 가공업계는 도태, 도산 우려로 떨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