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에 한·일 첫 타깃
뒤자리크 대변인 "WHO 가이드라인 따라야"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유엔이 중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을 상당 부분 중단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은 모든 결정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중국의 비자 발급 중단 보복 조치에 우리나라와 일본 정부는 즉각 항의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한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과 한국발 여행객을 겨냥한 중국의 여행제한 보복 조치에 대해 사무총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유엔 회원국들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우리는 여러 회원국이 최근 다양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목격했다"며 "WHO가 말한 대로 여행객 심사 등에 관한 모든 결정은 과학적 근거, 오직 과학적 근거들에 기반해 내려져야 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언급은 중국이 우리나라와 일본 국민에 부과한 '중국행 비자 발급 중단' 조치가 양국의 코로나19 상황에 관한 과학적 분석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보복 성격이라는 점을 유엔이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한·일 양국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은 중국이 각국의 방역 강화에 "정치적 목적"이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나온 첫 보복 조치다. 현재 미국, 이탈리아, 대만, 모로코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완화에 중국 본토 출발 여행자들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10일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먼저 우리나라에 대한 비자 발급을 발표했다. 대사관은 "중국 국내 지시에 따라 오늘부터 주한 중국대사관 및 총영사관은 방문, 상업무역, 관광, 의료 및 일반 개인 사정을 포함한 한국 국민 중국 방문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전했다. 다만 "상기 사항은 한국이 중국에 대한 차별적인 입국 제한 조치 취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중국은 일본에 대해서도 중국행 비자 발급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주일본 중국대사관은 이날 밤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오늘부터 일본 국민에 대한 중국 일반 사증(비자) 발급을 일시 중단한다"며 "재개에 대해서는 재차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중국이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로 방역을 완화하자,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방역을 강화했다. 또 중국발 한국행 단기비자 발급과 항공편 추가 증편을 제한했다.
일본도 지난해 말부터 중국발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출발해 일본으로 입국하는 사람을 포함해 7일 이내에 중국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 사람도 입국 때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에 한국 외교부는 유감을 표명했고, 일본 외무성은 항의하면서 철회를 요구했다. 다만 한국은 단기간 체류가 필요할 경우 발급받는 단기비자인 반면, 일본의 경우 그보다 더 포괄적인 일반 비자라는 점과 발급 재개 시기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중국의 보복 조치가 차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