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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의 ‘트리플(Triple) 상승’에 더하여 저생산·저소비·저투자 등 3저(低)의 ‘트리플(Triple) 감소’가 오락가락 반복하면서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6.1% 늘어난 6,839억 달러(약 863조7,657억 원), 수입은 18.9% 늘어난 7,312억 달러(약 923조5,056억 원)를 기록해 연간 무역수지는 역대 최고치인 472억 달러(약 60조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경제위기 쓰나미가 밀어닥치면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비등한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 │ 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가 가일층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중 갈등 고조,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중국의 코로나 확산 등 글로벌 여건은 어느 것 하나 풀리거나 나아질 기미라고는 전혀 보이질 않은 가운데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 총체적 복합위기)’의 매서운 찬 바람에 성장 동력마저 금세 꺼져버릴 것만 같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풍전등화(風前燈火)처럼 절체절명(絶體絶命)의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 │ 영구적 위기)’상황에 봉착하면서 이를 돌파할 우리 기업의 역할, 특히 중견기업의 역할이 다시 급부각되고 있다.
왜냐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월 16일 인천 송도 엠씨넥스에서 ‘중견기업 산업 현장 간담회’를 열고 2021년 기준 5,480개 수준의 중견기업을 2030년까지 1만 개로 늘리고, 수출 규모 역시 2021년 기준 1,138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약 246조 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2033년까지 향후 10년간 1조5,000억 원의 연구개발(R & D) 지원 자금을 투입해 분야별로 100 ~1 50개 선도 기업군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15대 핵심 산업 내 유망 중소기업도 선발해 중견기업으로의 진입 속도를 높이는 지원 트랙도 운영한다는 ‘중견기업 성장 촉진 전략’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중견기업 성장 촉진 전략’은 △글로벌 시장 진출, △공급망 안정화, △디지털 전환, △중소기업 성장 사다리 구축이라는 네 가지 정책 목표와 방향은 시대적 조류에 견줘 무난해 보인다. 특히 중견·대기업으로의 성장을 피하는 국내 중소기업계 일각의 해 묵은 ‘피터 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 중소기업이 성장해 중견기업에 진입할 때 각종 혜택이 끊기고 규제가 강화되는 걸 두려워해 중소기업으로 남아 있으려는 현상)’ 극복을 과제로 명시하고, 매년 100개씩 ‘고성장 혁신기업’ 1,000개를 선정·지원해 나가겠다는 대목은 주목받을 만은 하다. 자산 5조 원 이상인 대기업, 종업원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의 중간에 있는 중견기업은 국내 기업의 1.4%에 불과하지만, 고용의 13.8%, 수출의 18.2%를 차지하고 있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에 비교해서 안정성이 매우 높으면서도 대기업에 비교해서는 유연성과 신속성이 매우 높아 환경 변화에 가장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최적 규모의 기업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견기업에 R & D와 수출·금융 등 종합적인 지원을 하는 ‘월드클래스 플러스 사업’에 2033년까지 9,135억 원을 투자해 수출선도 기업 150개를 육성할 계획을 비롯해 중견·중소기업 공동 기술 개발을 통해 공급망 생태계를 이끄는 중견기업 100개와 디지털 전환 선도 기업 160개를 키우는 중견·중소기업 상생형 혁신 도약사업에 5,855억 원을 투자한다거나 중견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융합’ 산학협력 사업에 476억 원을 투자한다든지 중견기업 신사업 진출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협력해 2027년까지 1조 원 규모의 중견기업 도약 지원 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 비해 중견기업의 정부 지원제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직시할 때 고무적(鼓动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높고도 험하다. 현재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의 근거를 규정한 기본법 중 유일하게 2024년 7월로 일몰 예정인 체 한시법으로 시행 중인 「중견기업 성장 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을 하루속히 상시법으로 전환하여 법적 안정성을 담보토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각종 지원이 과도하게 축소되는 문제도 반드시 개선해야 할 당면 현안이다. 문제는 자금 투자와 지원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제대로 중견기업을 육성하려면 무엇보다 규제 혁파가 절대적인 필요조건이다.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로 손발을 묶어버린다면 기업들은 도저히 도약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모래주머니’로 불리는 규제 사슬부터 서둘러 제거해야 한다. 정책 발표만 요란하고 규제는 그대로 둔다면 중견기업 육성은 성과없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규제 혁파가 성공의 관건이란 점을 결단코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이 성장하여 중견기업으로 ‘법적 지위’가 바뀌게 되면 금융·세제 등에서 98가지 지원이 끊기고 규제는 20개나 늘어난다. 이러니 최근 5년간 중소기업확인서를 받은 기업은 145만 개에 달하는 데 비해 중견기업은 5,526개에 불과하다. 심지어 3년간의 ‘졸업 유예제도’를 적용받으며 한사코 중소기업으로 남겠다는 기업도 최근 5년간 4,189개에 달했고, 중소기업으로 되돌아간 기업도 271개나 됐다. 대·중소기업으로 나누는 것으로도 모자라 정부가 ‘업종별로 매출 400억 ~ 1,500억 원 초과, 자산은 5,000억 ~ 10조 원 미만’으로 중견기업을 따로 두고 규제를 촘촘히 하면서 비롯된 현상으로 규제 입법이 오히려 ‘피터 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을 조장한 셈이다.
다시 말해 중소기업으로 누렸던 조세 혜택, 금융지원, 공공 조달 지원, 기술 개발 지원 등 혜택이 줄어들고 오히려 판로 규제, 중소기업적합업종 배제 등 규제만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겪는 이른바 ‘피터 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이라는 성장통으로 인해 초기 중견기업이나 매출액 100억 ~ 500억 원 미만 기업 6.0%, 500억 ~ 1,000억 원 미만 기업 9.0%, 매출액 1,000억 ~ 2,000억 원 미만 기업의 8.1%나 외려 중소기업으로 회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중견기업이 질기고 질긴 고질적‘피터 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을 극복하고 성장 사다리를 계속 이어 나가 우리 경제의 성장과 고용 창출, 수출 증대에 큰 힘이 되어 어려운 우리 경제를 회복시킬 디딤돌 역할을 넘어 한국경제를 견인하는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두텁고 촘촘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만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