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美 긴축 종료 시점에 촉각..."3월이냐 5월이냐"
"인플레 둔화 언급 긍정적"...한은 "변동성 우려는 여전"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미국의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해 기준금리를 4.50~4.75%로 올렸다.
이를 지켜본 국내 증권가는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인정했다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을 예상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크게 3월과 5월로 마지막 금리 인상 시점이 좁혀지는 가운데, 시장금리는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감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더욱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연준이 물가 오름세가 여전하다고 경계하면서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을 못 박지 않은 점이 변수다.
2일(한국시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최근 완화됐지만, 여전히 너무 높다"면서, 적절한 수준으로 긴축하려면 "두어 번(couple)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당분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증권가는 그의 행간에 담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신호를 찾는 데 집중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수확은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라는 단어"라며 "연준이 조심스럽지만 인플레이션 둔화를 드디어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향후 두어 번 금리 인상을 논의한다는 점도 시장에는 긍정적"이라며 "금리 전망 점도표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작아지고, 긴축정책의 후반부임을 연준의 입으로 직접 언급한 것과 다름 없다"고 판단했다.
증권가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에 대한 관측은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근거해 5월에 마지막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채현기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와 12월 FOMC 회의에서 공개된 점도표를 참고하면 향후 3월과 5월 회의에서 추가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금리 동결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3월 FOMC에서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다른 한쪽에서는 마지막 금리 인상 시점을 3월로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화 흐름을 찾고 있다는 걸 인정했다"면서 "3월에 0.25%포인트를 추가 인상해 기준금리를 5.00%로 높인 이후 올해 4분기 4.75%로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 연준은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동시에 추가 인상의 명분이 약해졌음을 시사하기도 했다"며 "오는 3월 FOMC 정례회의가 마지막 금리 인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3월 FOMC 정례회의 전 발표될 두 차례의 고용 및 소비자물가 데이터에 따라 3월 금리 동결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고 이 경우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대해 한국은행은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오전 8시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가 국제 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한 뒤 이런 평가를 내놨다.
이 부총재는 "정책결정문에 '지속적 금리 인상' 문구가 유지됐지만 (제롬) 파월 의장 발언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으로 평가되면서 금리는 하락하고 주가는 상승했다"며 "다만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너무 높다며 당분간 긴축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과 시장 간 인플레이션과 정책 경로에 대한 인식 차이가 여전히 큰 만큼 앞으로 기대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내 금융·외환시장도 대외 여건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환율, 자본유출입 등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면서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작년 한 해 유례없이 가파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던 연준이 통상적인 금리 인상 폭으로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특히 파월 의장이 '제약적 수준까지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물가 상승 둔화 과정이 이미 시작됐다'고 언급함에 따라 시장은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