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증권사들이 1년 새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갖가지 악재로 주요 증권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성과급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은행과 카드사 등이 지난해 최대실적을 거두며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여기에 금융당국까지 성과급 지급에 신중해달라는 사실상의 '경고장'을 날리면서 증권사들은 더욱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대부분 지난해 시장 추정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자, 성과급 기대감도 옅어진 모습이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기본급 대비 180~2000% 범위에서 성과급을 지급했지만(관리직군 기준), 올해는 이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성과급이 지급된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은 예년보다 규모가 큰 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변동성 증가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까지 겹치며 쇼크에 가까운 실적을 낸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성과급은 '언감생심'이다. 다수의 중소형사 실적은 전년보다 70~90%대 급감했고,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곳도 있다. 이들 증권사는 자금경색 우려가 불어닥친 지난해 말부터 자회사 매각, 희망퇴직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실적이 급전직하하면서 회사가 대규모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마당에 성과급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제동을 건 터라 증권사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높은 증권사는 향후 부동산 시장 상황 및 리스크를 충분히 검토한 후 성과 보수를 합리적으로 산정해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금융권은 두둑한 보너스가 지급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은 기본급의 300~400%에 이르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고, 지난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역대급 순이익을 거둔 보험사들과 카드사들도 성과급이 대폭 인상될 전망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성과급 지급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경고성 띤 자제 요청에 증권사들도 몸을 사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