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 회피심리 진정…시중자금 주식·채권으로 '머니무브'
상태바
위험자산 회피심리 진정…시중자금 주식·채권으로 '머니무브'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2.14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행 묻어놔봤자"...예·적금 빼서 자산시장에 투자
주식·펀드·ETF에 자금 유입...투자대기성 자금도 '쑥'
은행들의 금리 매력이 떨어지자 시중자금이 주식과 채권 등 위험자산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들의 금리 매력이 떨어지자 시중자금이 주식과 채권 등 위험자산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2월 들어 은행권으로 돈이 몰리는 '역(逆)머니무브'가 주춤하고 있다. 한때 5%를 넘어섰던 정기예금 금리가 3% 중반대로 내려오자, 좀 더 나은 수익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예금 대신 주식이나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 위험자산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 최근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는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시중은행 대표 상품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아래로 떨어지면서 자금이 빠지는 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고금리 시기 은행으로 돈이 쏠린 역머니무브가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는 이유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1년 최고우대금리는 이날 은행연합회 공시 기준 연 3.34~3.60%를 형성했다. 금리가 최근 빠르게 떨어지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3.50%)를 밑도는 수준으로 내려갔다. 저축은행권 역시 금리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공시된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이날 4.21%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37%에서 올해 들어서만 1.16%포인트가 빠진 수치다. 5% 이상 금리를 주는 상품도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11월 시중은행 정기예금은 5%, 저축은행은 6%대를 넘어선 바 있다. 은행권으로는 유동자금이 쏠리며 매달 수십조원 규모의 돈이 유입됐다. 이후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 주문과 채권시장 안정화 등의 영향으로 정기예금 금리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은행에 돈을 묻어놔도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점차 줄어들면서 자금이 빠지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870조58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7조1840억원 급감한 규모다.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2500억원으로 6조1866억원 감소했다. 정기적금 잔액은 36조8367억원으로 3943억원 줄었다. 저원가성 예금인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588조6031억원으로 전월 대비 35조9835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줄어드는 이자에 은행에서 돈을 뺀 고객들은 다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투자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2월 이후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던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중 일평균 투자자 예탁금은 48조321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일평균 투자자 예탁금 45조8622억원보다 5.4% 가량 증가한 규모다. 예탁금은 이달 1일 기준 51조5217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46조4484억원) 대비 10.9% 증가했다. 지난해 10월6일(51조7942억원) 이후 넉 달 만에 최대 규모가 됐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으로,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이다. 머니마켓펀드(MMF)에도 이달 들어 16조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지난달 말 기준 190조5710억원이었던 MMF 설정 잔액은 이달 8일 기준 206조5880억원으로 확대됐다. MMF는 만기가 짧은 국고채나 기업어음(CP) 등 단기물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투자자 입장에선 어느 정도 수익률을 얻으면서도 언제든 환매가 가능해 통상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펀드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공모펀드 설정원본은 지난달 말 320조3443억원에서 이달 9일 338조2596억원으로 17조9153억원 늘었다. 같은 시기 사모펀드는 561조1797억원에서 561조5816억원으로 4019억원 가량 확대됐다.  주식시장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개미들은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국내 주식을 398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1월 한 달간 5조751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개미들이 이달 들어 '사자'로 돌아설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증시 거래대금도 올해 들어 반등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1423억원으로 전월(11조7690억원) 대비 11.7%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증시 거래대금 증가세는 이달에도 지속되고 있다. 전일 기준 2월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1688억원으로 집계, 지난해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을 회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