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5조8000억원대의 대손충당금을 쌓아 손실흡수 능력을 키웠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금융당국은 “부족한 수준”이라는 입장으로 일축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난 13일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0곳에 대한 고강도 현장검사를 실시한다. 결산검사는 매해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들여다보는 정기적 성격의 검사다.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 대출채권의 자산 건전성 분류 적절성 등을 들여다본다.
은행권은 역대급 충당금을 쌓고 있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금융그룹이 지난해 대손충당금으로 5조8853억원을 적립했다. 전년 대비 65% 증가한 규모다. 신한금융(1조3057억원), KB금융(1조8359억원), 하나금융(1조1135억원) 등 3곳은 1조원대 충당금을 쌓았다. 특히 하나금융의 충당금은 1년 새 두 배 이상 규모로 늘어났다. 이어 우리금융(8482억원), NH농협금융(7820억원)도 전년 규모를 크게 웃도는 충당금을 마련했다.
다만 윤 대통령과 정부, 금융당국이 “충당금을 더 쌓아야한다”고 강조한 만큼 이번 검사가 고강도 점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며 “은행의 돈잔치로 국민들에게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6일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 신설을 골자로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하는데 힘을 실은 모양새다.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은 당국이 은행의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 적정성을 평가한 뒤,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불똥은 은행권 성과급 잔치로도 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입장을 전한지 하루만인 지난 1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손실흡수 능력에 대한 고강도 검사를 실시하겠다”며 “성과 보수체계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취지와 원칙에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도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 원장은 임원들에게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향후 부실 가능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은행은 증가한 이익을 바탕으로 손실흡수 능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권이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토록 유도해 향후 위기 상황에서도 본연의 자금공급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