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공룡들 '합종연횡'으로 애플 공세 대응 나서
'해외시장' 방점 둔 카카오..."애플과 손잡을 날 올 수도"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오는 3월 미국 IT기업 애플의 간편결제 시스템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가 개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간편결제 시장이 격전지로 부상 중이다. 애플페이의 공세에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가 동맹을 맺으며 주도권 선점에 나섰고 카카오페이는 다음달 중국 내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우선 순위로 둔 모습이다. 일각에선 시장 상황에 따라 카카오페이도 애플과의 협업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네이버파이낸셜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 20일 디지털라이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는 각각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사용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이번 협력으로 3150만 명에 달하는 네이버페이 사용자들은 삼성페이 결제 방식 도입을 통해 전국 대부분의 오프라인 결제처에서도 편리한 사용성과 혜택을 끊임없이 경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네이버페이 사용자들은 기존 약 12만 개의 현장 결제 가맹점에 삼성페이 결제가 가능한 약 300만 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 이용에 따른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페이 사용자들 역시 55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주문형 가맹점을 새로운 결제처로 이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애플페이를 견제하기 위해 이번 동맹을 맺은 거로 보고 있다. 애플페이는 이들이 업무협약을 발표하기 2주 전인 지난 8일 국내 출시를 공식화했다. 업계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애플페이 국내 상륙으로 간편결제 시장의 지각변동이 올 거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 22일 공개한 '2023년 금융소비 트렌드와 금융 기회' 보고서를 통해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에 따른 간편결제 확산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미래 세대인 10~20대를 중심으로 애플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만큼 애플페이가 잠재 성장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7월 발표한 스마트폰 사용률 관련 자료에 따르면 국내 18~29세의 갤럭시 사용률은 44%, 아이폰 사용률은 52%로 나타났다.
간편결제 시장 규모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간편결제 서비스 하루 평균 이용실적은 2317만 건으로 전기 대비 8.2% 증가했다. 간편결제 하루 평균 거래액은 7232억 원으로 같은 기간 10.7% 늘어났다.
한편 카카오페이의 행보도 주목된다. 카카오페이는 일단 글로벌 결제시장 진출에 방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애플페이가 카카오페이와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는 애플페이가 빠르면 이달 말 국내 론칭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도입되더라도 이를 쓸 수 있는 NFC 단말기가 모든 가맹점에 보급되기 위해서는 최소 1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NFC 단말기 대수는 전체 280만 카드 가맹점 중 6만~7만여 대로 약 5% 미만이다.
이에 따라 시장 초기 진입과 안정적이 안착을 위해 이미 시장 기반을 다진 카카오페이와 협력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미 두 회사가 이전부터 협업을 통해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카카오페이는 2019년 7월 간편결제 서비스 최초로 iOS 콘텐츠 플랫폼에 '카카오페이 결제' 서비스를 제공했다. 애플 월렛에 카카오 멤버십을 연결하고 애플워치에서도 카카오페이 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앱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아이폰 연동 서비스를 꾸준히 출시해왔다.
카카오페이 입장에서도 애플과의 협업은 검토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라이벌 구도에 있는 삼성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손을 잡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만큼 카카오페이도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백승준 카카오페이 사업총괄 리더는 "애플페이가 결제 방식 등 어려움을 뚫고 성장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 하에서 우리도 대응 전략을 고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1위 간편결제 서비스로 자리매김했고 국내에서도 경쟁력 있는 카드사인 현대카드와 제휴를 맺으면서 기존 사업자들이 상당한 위협을 느낄 것"이라며 "카카오페이도 시장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선 시장 상황에 따라 애플페이 등과 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