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행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매일일보 = 박효길 기자 | 전문가들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신규 통신사업자 유치가 능사가 아닌 만큼 시장 구조 개선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행기업(시장 경쟁을 촉진해 업계 독과점을 막고 소비자 이익 확대에 기여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순구 연세대 교수는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신규 통신사 진입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의 규제를 통한 경쟁 촉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통신 3사 간 명시적 담합은 없겠지만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했고, 복잡한 통신 산업 특성에 기초한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가 존재한다”며 “과도한 데이터 사용, 고객 서비스 남용 등 낭비 요소를 대폭 개선해 자기가 쓴 만큼의 가격을 낼 수 있는 제도를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사업자가 통신 시장에 진입하기에 앞서 독행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경쟁 상황 측면에서 사업자 수보다는 시장에서 유효한 경쟁 압력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만일 암묵적으로 조율되는 시장일 경우 여기에 참여하지 않는 독행기업이 있어야 경쟁 촉진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행기업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더라도 기존 통신사와 다른 사업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 앞서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전파연구본부장은 ‘통신시장 경쟁 상황 및 경쟁 촉진을 위한 논의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상황이 개선돼 왔지만 이는 사업자 간 경쟁 압력보다는 규제 정책의 영향이 더 컸다”며 “시장 구조와 요금 수준 등 측면에서 미흡한 측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통신서비스 시장 규모는 37조8000억원으로 지난 2012~2022년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0.4% 성장하는 것에 그쳤다. 알뜰폰(MVNO)의 양적 성장에도 알뜰폰 자회사를 포함한 이동통신(MNO) 사업자군이 전체 이동통신 매출의 97.9%를 자치하는 과점 시장구조도 지속됐다.
김 본부장은 “해외 주요국의 이동통신 시장의 현황을 파악하면 신규 MNO 사업자의 진입으로 1위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감소됐고 시장 구조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 시장의 경쟁 촉진을 위해 △진입규제 △주파수 할당 및 이용제도 △망 관련 제도 및 규제 △도매제공 △이용제도(요금 및 전환비용) △단말기 유통 규제 및 단말기 지원 등 통신·전파 분야 규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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