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지난 1월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수출 부진에 상품수지 적자가 70억달러를 넘어선 데다, 여행수지 등의 적자 규모도 커졌기 때문이다.
한은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약 5조9664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45억2000만달러의 적자 규모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최대 기록이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11월 2억2000만달러 적자에서 12월 배당소득 수지 증가 등으로 힘겹게 흑자(26억8000만달러) 전환에 성공했지만, 두 달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세부 항목별 수지를 보면, 상품수지가 74억6000만달러 적자였다. 4개월 연속 적자일 뿐 아니라 1년 전(15억4000만달러 흑자)과 비교해 수지가 90억달러나 급감했다. 상품수지 적자액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우선 수출(480억달러)이 작년 1월보다 14.9%(83억8000만달러) 줄었다. 앞서 지난해 9월 수출이 23개월 만에 처음 전년 같은 달보다 감소한 뒤 5개월 연속 뒷걸음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특히 반도체(통관 기준 -43.4%), 철강 제품(-24.0%), 화학공업 제품(-18.6%)이 부진했고 지역별로는 중국(-31.4%), 동남아(-27.9%), 일본(-12.7%)으로의 수출이 위축됐다.
반대로 수입(554억6000만달러)은 1년 전보다 1.1%(6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특히 승용차(65.9%), 곡물(6.1%) 등 소비재 수입이 3.9% 늘었다. 하지만 원자재 수입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5.3% 줄었다. 원자재 중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액(통관 기준) 감소율이 11.0%, 12.4%에 이르렀다.
서비스수지 역시 32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8억3000만달러)과 비교해 적자 폭이 24억4000만달러나 커졌다. 세부적으로 운송수지는 흑자(1억2000만달러) 기조를 유지했지만, 1년 전(18억9000만달러)보다 흑자 규모가 17억7천만달러 축소됐다. 1월 선박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같은 기간 79.5%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관련 방역이 완화되면서 여행수지 적자도 1년 사이 5억5000만달러에서 거의 3배인 14억9000만달러로 불었다. 본원소득수지 흑자(63억8000만달러)는 전년 1월(18억7000만달러)보다 45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본원소득수지 가운데 배당소득수지 흑자(56억6000만달러)가 1년 새 45억5000만달러나 늘었는데, 국내기업의 해외법인이 본사로 거액의 배당금을 송금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월 중 6억4000만달러 줄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17억7천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11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각 36억9000만달러, 54억달러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