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 불안에 긴축 부담..."연준 빅스텝 못할 것"
한은도 추가 금리인상 압박 벗어나..."2연속 동결 유력"
한은도 추가 금리인상 압박 벗어나..."2연속 동결 유력"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긴축 장기전 의지를 드러냈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연준의 눈치 살피기 바빴던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인상 압박에서 한결 자유로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SVB 파산 사태로 연준이 '인플레이션 잡기'와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40년만의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당초 연준의 지상과제였지만, 연준의 또 다른 존재 이유 중 하나가 미국의 금융시스템 안정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미국 금리 분야 대표 수바드라 라자파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금리를 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며 "다만 그럴 경우 금융 시스템의 약점이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지금껏 금리 인상으로 충격을 받은 다른 미국 은행의 현실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라자파 대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처와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고수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 등에 예금보험 한도를 넘는 예금도 전액 보증하고, 연준에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같은 긴급 조치를 취한 것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결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 2021년까지 보스턴 연은 총재를 지낸 에릭 로젠그렌은 "미국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걱정하면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연준이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목표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