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커지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파장, 경각심 갖고 선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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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커지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파장, 경각심 갖고 선제 대응해야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3.03.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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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미국 스타트업들의 자금줄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지난 3월 10일(현지 시각)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급 불능으로 불과 36시간 만에 ‘초고속 파산’을 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Panic)에 빠졌다. 1983년 전자산업의 메카로 알려진 실리콘밸리에서 문을 연 SVB가 신생 기업의 산파 역할을 해오면서 혁신금융의 상징이자 자산 규모 2,090억 달러(약 276조 5,000억 원)로 미국 내에서 16위의 대형 은행으로 성장하는 데는 무려 40년이나 걸렸지만, 무너지는 데는 불과 이틀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컸다.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 파산으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억이 생생한 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이번 SVB 파산이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는 경우 자칫 제2의 리먼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일면서 불안감이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인 SVB 파산은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해졌는지 보여주는 첫 사례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초저금리로 투자가 넘쳐 IT업계 호황이 이어지는 와중에 정부 지원금 살포 덕에 대량 유치된 예금을 비교적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에 투자했으나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한 연준(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값 급락으로 거액의 손실을 봤다. 이에 놀란 예금자들의 뱅크런(Bank run │ 대규모 예금 인출)이 쇄도하면서 자금난에 빠졌다. 특히, SVB의 주 고객인 벤처기업들의 돈줄까지 마르면서 현금 확보를 위해 채권을 팔아치웠지만 폭발적인 뱅크런(Bank run)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 3월 9일 종가 기준으로 JP모건은 5.4%,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는 6.2%, 씨티그룹은 4.1% 각각 주가가 급락한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금융섹터가 이날 4.1% 떨어져 2020년 6월 이후 최대폭 하락을 기록 등 전 세계 주가지수가 급락한 것은 이를 방증(傍證)한다.
문제는 상황이 비슷한 다른 은행들로 위기가 전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어떻게 터질지 모를 불안감이 지배하고 있다. 미국 금융 당국은 “벤처 기업 거래에 특화된 은행이 장기 채권을 과도하게 매입해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매우 특수한 케이스”라며 금융 시스템 전반은 안전하다고 자신했지만, 고금리로 국채값이 폭락해 미 금융업계는 6,200억 달러의 잠재 손실을 떠안고 있는 데다 SVB 예금 중에서 무려 95%가 보장보험 한도 25만 달러를 넘어 미국 벤처들의 줄도산 우려가 꼬리를 물고 있다. 다행히 미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 3월 12일(현지 시각) SVB 예금을 전액 보증키로 했다고 밝혀 당장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위기로까지 확산하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더더욱 긴장감과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 해외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주가 하락이나 환율 상승 등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불안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번 SVB 유동성 위기로 시장 변동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국내 금융회사도 채권 등 투자손실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말란 법이 없다. 환율폭등과 주가 폭락의 악순환이 심화할 수밖에 없고,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며, 결국은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등에 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SVB 파산은 최근 급격하게 예금이 쏠린 국내 은행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통상 미국 시장이 불안하면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일어나고, 위험도가 높게 평가받는 우리 금융시장에서 외국투자가 빠져나가게 된다. 이 경우 주가 하락이나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은행이 직접 연관이 없다고 방관해선 결단코 안 되는 이유다.  정부는 국내외 금융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충격을 최소화하는 선제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최근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금융환경 변화에 미처 챙겨보지 못했던 불안 요소는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해야만 한다. 금융 전반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부동산 대출 등에도 보다도 면밀하고 촘촘한 선제적 금융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초기에 미국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어설픈 단발적 미봉책만 내놓다 결국은 화를 키웠음을 직시해야만 한다. 이번에는 그와 같은 실책이 재발하지 않도록 초기 대응부터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한다. 금융권 전반에 걸쳐 자산 건전성과 유동성을 점검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선제적 비상 대응책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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