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영민 기자 |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통신사업자들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켜 통신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게 되면서 망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이슈 때문이다.
과도한 트래픽이 발생하면 통신사는 그만큼 망 관리를 위해 더 많이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따라서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빅테크들도 망 투자에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가 확산되고 있다.
통신사와 빅테크는 서로 없어서는 안되는 공생 관계의 기업들이다. 같은 생태계에서 함께 살아가며 서로 '윈-윈' 해야 하는 것이 숙명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빅테크 기업들은 무소통으로 일관하며 망사용료에 대한 반대 여론을 확대하는데 급급한 모양새다. 여기에 서비스 중단, 정부 압박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며 버티기를 하고 있다.
현재 구글, 넷플릭스 등 주요 빅테크 5개사가 발생시키는 트래픽 비중이 전체의 50%가 넘는다고 한다.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등 메가히트작이 나오면 그만큼 트래픽이 증가하기 때문에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망 유지·관리 등 비용이 늘어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통신사들은 빅테크에 망사용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늘어나는 망 투자 비용을 서로 분담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빅테크들은 이중 과금이라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계기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사용료 법적 소송이다.
넷플릭스는 소송전에서 불리한 상황에 몰리자 망사용료 부담은 콘텐츠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소비자들한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온라인 광고와 유튜브 등을 통해 여론 형성에 나서며 '망 무임승차 방지법' 입법에 반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일부 유튜버 등이 무차별적으로 망사용료를 비난하고 나서면서 반대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빅테크들이 윈-윈을 위한 소통이 아닌 반대급부만 내세우고 있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에서 망사용료 법안 반대서명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가 구글로부터 1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아온 것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당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단체를 구글코리아에서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코리아가 망사용료 입법에 반대 여론을 형성할 목적으로 이 단체에 수천만원 용역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 지적에 불구하고 빅테크들의 도를 넘은 여론전은 여전하다.
서로 윈-윈하며 생태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하는 공생 관계의 기업들이 등을 지며 서로의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특히 통신사에 비해 덩치가 큰 빅테크들은 콘텐츠, 서비스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날로 증가하는 트래픽에 따른 망 투자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네트워크가 없거나 부족하면 빅테크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어진다. 반대로 콘텐츠, 서비스가 없다면 통신사들도 생존하기 어렵다.
결국 양측은 서로 상생하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빅테크들은 통신사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해야 한다. 여론몰이에만 열을 올리는 일방통행식 전략은 갈등을 더 부추길 뿐이며, 좋은 결말을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