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안 밝혀진 EU 핵심원자재법, 공급망 다각화에 속도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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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초안 밝혀진 EU 핵심원자재법, 공급망 다각화에 속도 올려야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3.03.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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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16일(현지 시각)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라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 Critical Raw Materials Act)’ 초안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핵심원자재법(CRMA)’은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니켈·리튬·망간을 비롯해 구리, 영구자석용 희토류 등 16개의 ‘전략원자재(SRT │ Straegic Raw Materials)’와 관련한 각 밸류체인에서 ‘특정한 제3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65% 미만으로 낮추도록 제한하는 게 핵심 골자다. 사실상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초래할 수 있는 공급망 리스크를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밝힌 ‘핵심원자재법(CRMA)’의 목표는 ‘안전하고, 다양하며, 저렴하고, 지속 가능한 원자재 공급망’ 구축이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전략적 원자재 수요의 10%를 역내에서 채굴하고, 40% 이상을 역내에서 가공하며, 15% 이상을 직접 재활용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핵심은 ‘전략원자재(SRT)’ 가운데 ‘특정한 제3국’에서 들여온 제품은 ‘65%를 넘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입 비율을 제한하기로 언급한 ‘특정한 제3국’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결국 중국산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적이다. 그동안 유럽연합(EU)은 리튬과 희토류 등 주요 원자재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망 교란이 깊어진 지난해부터 수입 다변화 등 대안을 모색해왔다. 이번 발표는 공급망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게 격화하고 있는지 실감케 한다. 
유럽연합(EU)이 공개한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은 ‘핵심원자재(CRM │ Critical Raw Materials)’ 33개와 그 중 다시 ‘전략원자재(SRT)’ 16개를 규정했다. 특히, ‘전략원자재(SRT)’ 선정 기준은 ▷원자재 활용에 필요한 전략기술 여부, ▷전략 기술제품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원자재의 양, ▷전 세계 수요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주로 녹색·디지털 산업에 꼭 필요한 원자재로 방산, 항공우주 등에 사용되는 품목들로 비스무트, 붕소, 코발트, 구리, 갈륨, 게르마늄, 리튬(배터리 등급), 마그네슘 금속, 망간(배터리 등급), 천연 흑연(배터리 등급), 니켈(배터리 등급), 플래티넘족전략원자재(SRT)  금속, 자석의 희토류 원소(Nd, Pr, Tb, Dy, Gd, Sm 및 Ce), 실리콘 메탈, 티타늄 금속, 텅스텐 등 16개 품목이다. ‘핵심원자재(CRM)’는‘전략원자재(SRT)’ 16개를 포함해 비소, 보크사이트, 바리테, 베릴륨, 코킹 콜, 장석, 플루오르스파르, 하프늄, 헬륨, 희토류 원소(중·경), 니옵, 인산암, 인, 스칸듐, 스트론튬, 탄탈럼, 바나듐 등 33개 품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업계 주력 제품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지난해 무려 90%에 육박하고 있다. 5년 전인 2018년에만 해도 64.9%에 그쳤는데 해마다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코발트(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의 대중 수입 비중도 72.8%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이대로라면 한국 기업들의 유럽 수출에 적신호가 켜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지난해부터 미국·호주·칠레 등으로 공급선 다변화를 모색해 왔지만, 이번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 발표를 계기로 공급망 다각화 작업에 가일층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특히, 국내 배터리 기업 3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그리고 SK온도 예외는 아니다. 원자재에 중국산 비율이 상당한데 앞으로 이에 대한 비중을 낮춰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다행히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 삼성SDI와 SK온은 헝가리에 각각 배터리생산 공장을 보유해 운영하고 있다. 유럽 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업체들에 대한 인센티브라도 부여된다면 우리 기업들도 일정 부분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주요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업체 중에서는 지난해 2월 포르투갈 풍력 업체를 인수한 씨에스윈드 이외에는 유럽연합(EU) 역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곳이 없어 불안하다.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은 각 기계 및 각 전자제품에 들어가고 있는 ‘영구자석’ 재활용 비율과 재활용 가능 역량에 관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영구자석은 전기자동차나 풍력발전기, 산업로봇, 에어컨, 전자레인지 등의 모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중 하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같은 업체들의 경우 과도한 행정 비용은 차치해두고라도 당장 기술 유출 위협까지 받게 되지 않을 까 우려된다. 현재 유럽에 공장을 세워 상용화에 들어간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은 포스코홀딩스와 성일하이텍 그리고 벨기에 유미코아(Umicore) 정도뿐이다. 이렇듯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것은 향후 재활용 의무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 또한 서둘러야 한다.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은 최종 법제화되기 전까지 1년가량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EU 내에서도 해당 법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은 만큼 내용이 상당 부분 수정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이 기간을 ‘골든타임’으로 삼아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하여 핵심 광물자원의 안정적 확보에서 효율적 생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주요 원자재의 공급망을 다양하게 구성하기 위한 특단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전략원자재(SRT)’는 물론 ‘핵심원자재(CRM)’까지 공급선을 다변화하고,‘전략산업 공급망’의 다각화 구축에 속도를 올리길 바란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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