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는 지난 3월 22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보폭을 줄여 ‘베이비 스텝(Baby step │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 2월 1일 인상한 4.50~4.75%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4.75~5.0%로 뛰어 상단 기준금리 5.00%대 시대를 열었다. 2007년 이후 15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1.50%포인트로, 2000년 10월 이후 22년여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연준(Fed)은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물가정책 목표치인 2%에 도달할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을 입장을 견지하며 고금리에 따른 다소의 경기 침체는 감수하겠다는 초강경 기조로 일관해 왔다. 지난해 3월 0.25%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한 차례 ‘빅 스텝(Big step │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그리고 두 차례 ‘베이비 스텝(Baby step)’을 거듭한 끝에 단 1년 만에 5.00%로, 무려 4.75%포인트나 수직 급상승시킨 배경이다. 이달 초만 해도 ‘빅 스텝(Big step)’ 전망이 우세했었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지자 긴축 속도를 조절을 위해 금리 동결 전망까지 나왔다. 지난 2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0%로 아직 물가정책 목표치인 2%의 세 배에 달하는 등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고, 계절 변동 폭이 큰 에너지와 식품 그이고 정확한 시장 통계 반영이 늦은 주거 비용 등을 제외한 ‘초근원 물가지수(Super core CPI)’가 여전히 오름세인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은 "최근 은행 파산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연준(Fed)이나 미국 재무부는 SVB 사태를 대처하는 능력에 한계를 보인 게 사실이다. 미국에 이어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뱅크런(Bank run │ 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 와중을 견디지 못해 스위스 1위 은행인 UBS에 인수되는 등 세계 금융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미국과 스위스 정부가 가까스로 위기를 막았지만 언제 이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금융거래의 디지털화로 은행에서 돈이 빛의 속도로 빠져나간다는 점도 문제다. SVB와 CS 사태처럼 모바일뱅킹은 순식간에 대형 은행을 파산시킬 수 있다. 연준(Fed)의 5%대 높은 기준금리와 SVB와 CS 파산의 여파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경기가 급속히 냉각하는 경우 이미 반도체, 대중 수출 감소의 충격을 받고 있는 우리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기대하는 상반기에 저조한 경기가 하반기에 살아나는 상저하고(上较弱高)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무엇보다도 장기화하는 수출 둔화 그리고 내수 위축은 4%대의 물가보다 한국 경제에 더 큰 위협이 돼가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발생한 무역수지 적자가 241억 3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65억 2,400만 달러 적자의 3.7배가량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이미 역대 최대였던 작년 연간 적자 477억 8,500만 달러의 50.4%로 절반을 넘어섰고,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와 고물가 탓으로 1월의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2.1% 줄어 석 달째 감소하는 등 소비 위축 징후도 뚜렷해졌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