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 더해 가계 대출 증가·내수 시장 경직까지…‘가시밭 길’ 예고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저출산 ‘답 없는’ 사회적 문제로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가계 '빚' 급증에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각종 경제 지표 악화로 저출산 문제는 더욱 해결되기 어려운 ‘난제’로 자리하고 있다.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복합위기에 더해 가계 대출 증가·내수 시장 경직 등으로 일반 시민이 느끼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은 각종 지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일자리행정통계 임금근로자 부채’에 따르면, 2021년 12월말을 기준 임금근로자의 평균대출은 5202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40만원(7.0%)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가장 대중적인 거주 유형으로 꼽히는 ‘아파트’ 거주자의 대출 비중이 높았다. 임금근로자 중 아파트 거주자의 평균대출은 6366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근로하는 기업의 규모에 따라 대출 금액과 상환 능력 역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 양극화 심화를 방증했다. 대기업에 종사하는 임금근로자의 평균대출은 8107만원인 반면, 중소기업 종사자는 그 절반 수준인 4215만원에 그쳤다. 특히 연체율(대출잔액 기준)의 경우, 대기업 종사자는 0.21%, 중소기업은 0.68%를 기록해 대출금 상환 능력에 대한 차이를 보였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4년만에 40%를 돌파했다. DSR은 대출자의 소득 대비 상환해야할 원리금의 비율을 의미하는 지표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 4분기를 기준으로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DSR은 40.6% 수준으로 집계됐다.
기존 대출자의 DSR 역시 고금리 기조 등의 영향으로 같은 시기(33.8%) 대비 38.4%로 증가했다. 추가 대출이 없더라도 상환해야할 ‘이자 부담’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임과 함께 저소득(소득 하위 30%),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후)인 취약차주는 전체 6.3%였다. 이들의 평균 DSR은 66.6%에 육박했다.
경제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MZ세대를 중심으로 결혼과 출산 자체를 삶에서 포기하는 현상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30대 A씨는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주거 문제부터 시작해 각종 비용을 고려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사는 것이 막막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우리 세대가 겪는 것이면 족하다는 생각도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도출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개최된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주제고,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서 풀어가야 한다”며 “아이를 낳고 키우는 즐거움과 자아실현의 목표가 동시에 만족될 수 있도록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고 보장한다는 목표 하에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고, 또 필요한 재정을 집중 투자해야 된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예비 결혼 세대’인 젊은 층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서울 지역 대학생 20대 B씨는 “주변을 보면 출산은 고사하고 ‘결혼’ 자체도 인생 계획에서 배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젊은 남·녀를 생식의 도구로 인식하고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기 전에 인간으로서 생존과 자기발전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경제적 어려움 해결은 저출산 문제 해소의 ‘선결조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출산 문제는 이미 성역할, 세대 갈등 등 사회적 요인 역시 얽혀 있는 ‘복합적인 사회적 난제’로 자리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