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중소기업 모두 ‘적자 쇼크’…韓시장 ‘연쇄 타격’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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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중소기업 모두 ‘적자 쇼크’…韓시장 ‘연쇄 타격’ 현실화
  • 이용 기자
  • 승인 2023.04.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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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1분기 수출, 지난해 대비 40.0% 감소…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부진
한전 적자 규모 32조… 2분기 중 전기‧가스요금 인상 검토
중소기업 적자 주요원인은 '고금리'… 긴축 경영으로 고용 감축 수순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11일 은행회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인상과 대기업의 생산 감축으로 중소기업의 부채 위기가 더욱 커진 가운데,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11일 중소기업의 금융비용부담을 덜기 위해 3년간 1조원 규모의 금리감면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산업계 전반에 ‘적자 쇼크’가 현실화됐다. 대기업과 공기업의 경영난이 중소기업에도 악영향을 끼치면서, 불경기와 고용 시장 둔화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중국과 대만이 성장함에 따라 관련 시장을 주도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1~3월) 연결기준으로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1조원 이하의 성적을 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반도체(DS) 사업부문이 4조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금융권은 SK하이닉스 또한 1분기 수조 원대의 적자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조8984억원을 기록,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4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국내 전체 수출액의 18.9%(2022년 기준)를 차지하는 반도체 분야의 1분기 수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40.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위축으로 3월 수출은 –13.6%를 기록하며 지난달(-7.5%)보다 감소폭이 더욱 확대된 상태다. 공기업의 적자 행진도 국내 경기 악화에 부채질 할 전망이다. 최근 한국전력공사는 32조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고,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말 8조원대를 돌파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인건비 감축, 자산 추가매각 등을 통해 자구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에너지 가격 인상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인상을 거친 뒤 잠시 보류했던 전기‧가스요금을 2분기에 인상하기로 하고, 인상 폭을 조율 중이다. 대기업 낙수가 줄고, 공기업이 제공하는 에너지 가격이 증가함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평가데이터가 국내 674개 중소제조 상장사의 분기별 부채상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까지 업계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이전해 동기대비 3.9%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20.3% 급증했고, 총부채는 10.4% 늘었다. 얼마 안되는 흑자에 비해 이자와 부채가 더 크게 늘어나 ‘적자 경영’을 이어가는 셈이다. 실제로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은 지난해 70.8%에서 올해 68.4%로 하락하고, 재고율은 120.8%에서 120.1%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위축된 상태다. 한국개발연구원 측은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이 위축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제조업은 높은 재고율과 낮은 가동률이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은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기업 이미지를 바탕으로 자금 확보가 가능한 대기업과, 요금 인상이라는 수단이 있는 공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부채를 해소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수요 부진과 재고량 해소를 위해 메모리 반도체를 감산하겠다고 선언하자 주가가 오히려 상승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은 SK하이닉스가 최근 15억 달러의 해외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중소기업들은 외부 기관의 투자자금을 모집하기는커녕,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경기 안성의 브라킷 공장 생산팀장은 “내수시장이 활성화 되거나 수출에서 이득을 봐야 적자를 메울 수 있는데, 대기업의 생산 축소로 중소기업의 생산량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이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공장 운영 부담이 커졌는데, 2분기에 또 오른다니 적자는 기정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적자 경영이 지속되면 상환이 힘든 기업은 채무조정을 받아 부실기업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금융기관의 외면을 받아 경영이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이 와중에 정부의 상환유예 지원이 올해 9월 종료를 앞둬, 부채를 진 중기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은 기업의 채무조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지난 4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부실 징후 기업이 신속한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올해 10월 일몰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의 4년 연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는 최후수단인 채무조정 보다는 적자 경영의 주요 원인인 '고금리'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대한상의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2개사(대기업 35%, 중소기업 65%)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56.3%가 고금리로 작년보다 어려움이 심화됐다고 답했다. 또 71%는 고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비상 긴축 경영 조치를 시행했다고 전했다. 주요 긴축 방안으로 △투자 축소(24.9%) △임금 동결 또는 삭감(11.7%) △희망퇴직, 고용축소 등 인력감축(9.4%)이 꼽힌 만큼, 산업계 전반에 걸친 고용 시장 및 사업 축소는 피할 수 없게 됐다.

금리와 관련된 정부의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최근 기업은행이 금리감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전날(11일)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금리상승에 따른 중소기업의 금융비용부담을 덜기 위해 올해부터 3년간 1조원 규모의 금리감면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중소기업 대출 공급목표는 전년 대비 3조원 늘어난 56조원으로 책정했다. 의료기기 스타트업 관계자는 “매출이 0원인 스타트업 특성상, 창업 대출로 운영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유용한 기술이 책상 밖으로 나오려면 무엇보다 금리 인하가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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