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명태균 통화 녹취 공개 나흘 만에 입장 표명
韓 "김건희 대외활동 중단하고 특감관 임명해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4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간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며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이 한층 불거진 데 대해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치 브로커와 소통한 녹음과 문자가 공개된 것은 그 자체로 국민들께 대단히 죄송스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 대표는 또 "법은 대단히 중요한데, 동시에 법이 앞장서서 등장해야 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며 "이번 사안의 경우, 적어도 지금은 국민들께 법리를 먼저 앞세울 때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여당 일각에서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시점이 당선인 시절인 점을 들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한 지적으로 읽힌다.
이어 "국민들께서 듣고 싶어 하시는 말씀은 전혀 다른 것일 것"이라며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쇄신하고, 심기일전을 위한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나아가 국정기조의 전환이 반드시 더 늦지 않게 필요하다. 민심이 매섭게 돌아서고 있다"며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커졌단 걸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기조의 내용과 방식이 독단적으로 보인 부분이 있었는지 점검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명 씨와 결탁해 공천 개입 의혹을 촉발했다는 지적을 받는 김건희 여사를 향해서도 재차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예방하기 위해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절차가 즉시 진행돼야 하는 것은 이제 너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과 명 씨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지 나흘 만이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명 씨와 통화하면서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해당 통화는 재보선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에 공천받기 직전인 그해 5월 9일에 이뤄진 것이며, 이튿날인 10일 국민의힘이 실제로 김 전 의원을 공천했다고 민주당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공식 취임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 및 당내 친윤석열(친윤)계와 상반된 입장을 내면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관계가 더욱 경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대표와 함께 '여당 투톱'이자 친윤계로 분류되는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국민의 기대와 성원에 미치지 못한 점들을 깊이 성찰하면서 무거운 책임감 갖고 당정이 국민의 신뢰 되찾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 기울이겠다"고만 언급했다.
한편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태균 씨 등 각종 논란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이달 중 어떤 형태로든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는 10일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