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밑도는 예금이자에 ‘역머니무브’ 끝...시중銀 자금이탈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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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밑도는 예금이자에 ‘역머니무브’ 끝...시중銀 자금이탈 가속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4.23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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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간판 정기예금 금리 연 3.5% 미만
은행 정기예금 잔액도 한 달 새 10조원 넘게 줄어
주요 은행들의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가 4% 밑으로 떨어지며 기준금리마저 밑돌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금리현황판. 사진=연합뉴스
주요 은행들의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가 4% 밑으로 떨어지며 기준금리마저 밑돌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금리현황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에서도 연 4%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이 자취를 감치고 있다. 이에 높은 금리를 쫓아 은행에 뭉칫돈을 넣던 자산가들의 자금 이탈도 가속화 되는 모습이다. 

23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전국 19개 은행이 금리를 공시한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은 모두 39개로, 이중 38개 상품의 최고금리가 연 4% 미만이었다.
공시에 참여한 19개 은행에는 이른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물론, IBK기업은행과 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 BNK부산은행 등의 지방은행, 케이뱅크를 포함한 인터넷은행이 모두 포함됐다. 이들 은행의 대표 상품 39개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상품은 Sh수협은행의 '첫만남우대예금'으로, 연 2.95%의 기본금리에 최근 1년 이내 수협은행 예·적금 계좌 미보유, 첫거래 우대, 마케팅 동의 등의 조건을 모두 총족할 경우 연 4.0%의 최고금리를 적용한다. 나머지 38개 정기예금의 경우 모두 최고금리가 연 4.0% 미만이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이 최고 연 3.80%의 예금 금리를 제공하지만, 고향사랑기부금 납부 등의 조건이 붙는다.  별다른 조건 없이 누구나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시중은행 대표상품인 '우리 WON플러스 예금'이나 '하나의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3.50%,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은 연 3.40%,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연 3.37%로 집계됐다. 모두 최고금리가 현재 기준금리(3.5%)와 같거나 오히려 이보다 더 낮은 셈이다. 이를 포함해 총 39개 정기예금 상품 중 절반가량인 19개 상품의 예금 금리(1년 만기)가 기준금리 이하로 나타났다. 최근 예금 금리는 기준금리 추이에 오히려 역행한다,
기준금리가 연 3.0%였던 지난해 11월 초만 해도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연 5%를 웃돌아 기준금리 대비 2%포인트(p)가량 높았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연 3.5%로 상승한 지난 1월 20일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3.67∼3.95%로 기준금리를 소폭 웃도는 데 그쳤고, 이후 기준금리는 변동이 없는 가운데 정기예금 금리만 하락세를 지속했다. 예금 금리가 내린 것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수신 경쟁 자제를 요청한 데다, 기준금리 인상 랠리가 종료에 가까워지면서 시장 금리마저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12개월 만기 은행채(AAA) 금리는 지난해 11월 14일 연 5.025%에서 올해 1월 13일 연 3.922%, 지난 14일에는 연 3.517%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로 당분간 연 4∼5%대 이자를 주는 고금리 예금상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만큼 연금소득자나 퇴직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재테크 인터넷 카페 이용자는 "6개월 전만 해도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였는데 지난주 연 3.4% 금리 상품에 다시 예치했다"면서 "금리가 내려가는 추세면 이자 생활자들은 다시 부동산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에 쏠렸던 여유자금이 다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자산시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총 수신 잔액은 1871조5370억원으로 전월보다 18조2675억원 감소했다. 특히 정기예금 잔액은 한 달 새 10조3622억원 줄었다. 반면 증시 거래는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53조1579억원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3%대로 떨어진 가운데 앞으로 당분간 오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관심이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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