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비대면 진료 중단 가능성↑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비대면 진료’가 구태의연한 규제와 관련 단체들의 갈등에 가로막혀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다음달 중단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5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 관련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 5개가 상정됐지만, 다른 안건에 밀려 이날 논의되지 못하고 계류됐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직후 비대면 진료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의료 미충족 수요를 해소한다는 가치를 인정받아 제한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그러나 개정안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현재 유지되고 있는 상태도 곧 폐기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국내 코로나19 위기단계를 현재 ‘심각’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등급 조정 논의를 시작하고, 범정부 대응 수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는 이달 말~5월 초 위기평가회의를 소집해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 하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현행 비대면 진료는 모두 불법이 되며, 관련 플랫폼들은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앞서 1월과 이달 초에는 국회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와 관련된 토론이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여러 차례에 걸친 토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병원에 한 번이라도 방문한 환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초진을 허용할 경우, 일부 의료인과 약사들이 주장하는 △오진 △약물 오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플랫폼 업계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와 소비자단체인 컨슈머워치 등은 복지부의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원칙’에 강력한 유감을 밝혔다. 협의회 측은 ”법안은 일과와 육아 등으로 의료기관 방문이 힘든 다수 일반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국민을 더 힘들고 바쁘게 만드는 잘못된 규제이며, 사실상 비대면 진료 서비스 자체를 무력화하고 혁신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라고 비판했다. 현재 OECD 38개국 중 37개국이 비대면진료를 합법화했으며,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초진까지 허용하고 있다.
당초 약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지하는 약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종로3가약국 허진 약사 외 200명은 ”흔히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약사들은 비대면진료를 반대한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결코 진실이 아니다. 비대면 진료를 누구보다도 찬성하고 지지하는 약사들이 곳곳에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달라“며 제도화 찬성 뜻을 전했다.
엔데믹이 도래하면서 비대면 진료 수요가 급감한 현재까지도 관련 서비스는 국민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2022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환자의 87.9%가 앞으로도 계속 비대면 진료를 활용할 의향이 있고, 의사 경우에도 66.4%가 비대면 진료 경험 후 활용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3월 “2020년부터 약 3년간 1379만 명이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으며, 전반적인 이용 만족도는 87.9%에 달했다. 의료 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재욱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코로나19 위기 속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혁신 기업이 감염 사태 종료를 이유로 살아남지 못한다면, 미래에 닥칠 또 다른 감염병 위기를 대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