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20조원 돌파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빚투(빚내서 투자)’ 과열로 증권사 신용거래 한도가 줄줄이 소진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속속 대출 중단 소식을 전하고 있다. 자기융자 전환한 증권사도 나온다. 레버리지 투자 과열에 촉각을 곤두세운 금융당국의 압박 탓에 서둘러 조치에 나선 모습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융거래융자 잔고금액은 지난달 21일 기준 20조401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초 16조원에서 3월 들어 18조원대 진입했다. 이후 액수가 증가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최근 2차전지 등 미래 성장 사업 테마주 투자 열풍이 불면서 코스닥 중심으로 빚투가 과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3월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유가증권시장의 잔고를 넘어서기도 했다. 신용거래량 증가는 증권사에 부담이다. 실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회의를 통해 “주식과 채권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손실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시장 감시 강화를 시사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신융거래에 대한 증거금 비율을 높이거나 일부 종목의 신규대출을 중단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신용거래 한도가 소진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빚투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신용융자 신규 매수 주문을 할 수 없고, 예탁증권담보대출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KB증권 역시 예탁증권담보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신용융자 매매한도를 5억원으로 조정했다. KB증권은 알엔투테크놀로지에 대해 신용대출 증거금률을 40%에서 100%로 상향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NH투자증권은 신용거래 매수 재원을 유통융자에서 자기융자로 변경하기로 했다.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투자자에게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게 유통융자다. NH투자증권은 포스코DX, 포스코스틸리온, 알엔투테크놀로지에 대한 신용대출을 중단하고, 증거금을 100%로 조정하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신용융자 유형 중 ‘키움형 대용’의 현금 비율을 높였다. 현금은 5%에 15%로 비중을 높이고, 대용금 비중은 40~55%에서 30~45%로 내렸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