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제품 수출 감소, 에너지 가격 증가로 적자 지속
제조업 기반 특성에 맞춰 노동 시장 유연화 필요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한국 경제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산업계는 글로벌 정세에 국내 시장까지 요동치는 만큼,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서 다시 성장판을 열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7일 정부 부처 및 경제 분석 기관의 자료를 종합하면, 전반적으로 한국 경제 성적표는 매우 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4월 수출은 전년보다 14.2% 감소한 496억 2000만 달러, 수입은 13.3% 감소한 522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26억 2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14개월 연속 지속되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이번 부진한 성적의 원인은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40.3%), 선박(+59.2%), 일반기계(+8.1%) 수출은 증가했으나, 반도체(△41.0%), 디스플레이(△29.3%) 등 IT품목, 석유제품(△27.3%), 석유화학(△23.8%), 철강(△10.7%) 등의 수출은 감소했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제품·석유화학의 단가가 하락하는 등 국내 핵심 품목들이 글로벌 정세에 휘둘려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국내의 반도체 업황 악화와 내수 둔화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낮췄다고 밝혔다. IMF가 발간한 '2023년 4월호 세계경제전망(WEO)'에 따르면 지난 1월 전망에서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7%로 예상했으나, 이번에 0.2%포인트 하향 조정해 1.5%로 전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OECD가 전망한 국내 경제성장률 1.6%보다도 낮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이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제조업’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으며, 그마저도 수출 의존도가 높고, 품목 또한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치중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경제원연구원이 한국무역협회 통계와 UN의 국제무역 통계를 활용해 주요 국가들의 수출 품목 집중도를 계산한 결과, 한국은 779.3포인트로 세계 10대 수출국(평균 548.1포인트)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품목을 비중별로 살펴보면, 전기장치·기기(2020~2022년 평균 20.2%), 자동차(10.5%)로, 특정 품목 의존도가 유난히 높다.
무역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전기차, 반도체와 관련된 산업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데다가, 생산 비용까지 올라가면서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사실 이런 형태의 무역적자는 제조 기반 수출국에서 나타나는 공통 현상이다. 산업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인플레이션으로 원유와 가스,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올라 수입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문제를 진단했다.
국내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계는 고용 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전체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5%로, 미국(10.9%), 독일(19.1%), 일본(20.7%)보다 높다. 주52시간 근무제와 외국인 쿼터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제조업 기반 기업들은 채용을 꺼리고 있으며, 일손 감소로 일감 또한 줄어 경쟁력을 소실하고 있다.
제조업 외에도 다른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콘텐츠 산업’은 지난해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하며 무역수지 개선에 주요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콘텐츠 산업의 매출 및 고용은 각각 전년 대비 7.6%, 1.6% 증가한 146조 9000억원, 65만 7000여 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그중 광고 부문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수출액이 수입액을 초과하며 흑자를 기록했다. 게임(83억 6053만달러), 음악(7억 6124만달러), 방송(6억 5724만달러) 등이다.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콘텐츠산업을 수출 주력산업화해 무역수지 적자를 최소화하는 한편, 경기불황의 극복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