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안일한 관리와 감독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CFD와 관련된 주요 증권사들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과 함께 사전 감독을 소홀히 한 당국이 증권사 때리기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시 과징금을 이익의 2배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대한 과징금을 규정하고 과징금을 위반행위와 관련한 거래 이익 또는 이에 따라 회피한 손실액의 1.5배에서 2배로 상향한다. 금융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하고자 수사 관련 자료를 요구하면 검찰이 필요한 범위에서 제공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된다.
사태의 진원지로 여겨지는 CFD 제도도 손을 본다. 금융당국은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CFD로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하다 증거금 부족으로 반대매매가 벌어지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CFD 증거금 최소 비율인 40%를 소폭 상향하거나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강화한다. 아울러 CFD 만기 도입 및 잔고 공시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전문투자자의 CFD 투자를 당분간 중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당국이 부랴부랴 사후 조치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뒤늦은 대응을 비판적인 시선이 많다. CFD가 활성화된 것도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한몫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 2019년 11월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전문투자자군 육성 추진의 일환'으로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요건을 완화한 바 있다.
당국은 실제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요건 중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을 기존 5억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낮췄다. 소득 요건은 부부합산 1억5000만원 이상, 재산가액은 10억원 이상에서 순자산 5억원 이상으로 완화하기도 했다.
이상 징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한국거래소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성홀딩스·선광·삼천리 등 이번 사태로 폭락한 8개 종목이 장기간에 걸쳐 회사의 실적과 대비한 급등세를 보였지만, 이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선 한국거래소의 감시 기능에 대한 보완 작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주가와 거래량이 급증한 종목에 대한 집중 감시와 더불어 이상 거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종목에 대한 신속한 거래분석 및 심리 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도 타깃이 될 전망이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SG증권 사태와 관련해 합동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금감원은 주가조작에 활용된 CFD와 관련해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주요 증권사 검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선 제도 정비에 소홀했던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책임을 전가하기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스스로 투자 촉진의 명분으로 CFD 요건인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완화해놓고, 사고가 터지자 이제 와서 증권사에게만 탓을 돌리고 있다"며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와 같이 판매사에 책임을 모두 전가하는 당국의 태도가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도 SG발 주가 폭락 사태로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면서 입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윤 의원이 공개한 법안에는 시장질서 교란 행위와 무차입 공매도, 기타 모든 불공정거래 유형에 가담한 자를 대상으로 자본시장 내 금융투자상품 신규 거래 및 계좌 개설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거래 제한 기간은 최대 10년으로 증권선물위원회가 제한 기간을 결정하도록 한다.
윤 의원은 “형사 처벌 위주의 평면적 대응에서 벗어나 제재 수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대상자로 선정되면 금융당국 홈페이지에 그 사실을 공표하고 상장사에 정기적인 공시 의무 등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