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상환 불발 시 신용도 타격…잇달아 콜옵션 행사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hybrid bond; HB) 상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일정수준 이상의 자본요건을 충족한 경우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무증권이다.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길고,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지급한다. 작년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콜옵션 행사) 불발 후폭풍을 겪으면서 신용도에 문제가 생기자 금융사들이 잇달아 콜옵션을 행사하며 평판 관리에 돌입한 분위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이달 2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금리 연 7.5%)을 이달 조기 상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만기일은 오는 21일이다. 이 증권은 지난 2018년 5월 발행했다. 앞서 지난달 한화생명이 10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한 바 있다.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은 작년 11월 발생한 흥국생명 사태 영향이다. 지난해 11월,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에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자, 국내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시장에 후폭풍이 몰아쳤다. 결국 수습에 나선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를 번복했지만 KDB생명, 신한금융지주, 우리은행, 동양생명, 교보생명 등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발행 채권 가격은 급락했다. 금리 상승에 이어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에 금융 위기 우려까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탓이었다. 보험사들이 조기상환에 나선 배경은 신종자본증권이 주요 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여건이 악화하면 국내 보험사들의 재무·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변화로 재무 건전성이 강화된 보험사들이 콜옵션(조기상환권) 시점에 맞춰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상환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8월 콜옵션 시점이 도래하는 현대해상의 신종자본증권도 차환보다 상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IFRS17의 도입으로 인해 재무 건전성과 이익 지표 등이 강화한 배경도 보험사의 상환의지를 자극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평가할 때 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IFRS17의 도입으로 손해보험사는 기존 회계기준 방식으로 4조7000억 원을 기록하던 당기 순이익이 7조1000억 원으로 51% 증가한다. 다가오는 3분기와 4분기에도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콜옵션 시점이 속속 도래하지만, 업계에선 차환 발행에 나서기보단 상환 행렬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3분기엔 한화손해보험과 현대해상, 동양생명, KDB생명의 콜옵션 시점이 도래한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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