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안 좋은 단지는 시공사 찾기 어려워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서울시내 알짜 정비단지의 시공사 선정이 앞당겨지면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공사비 부담이 높아져 일정 수준이 아니면 입찰에 나서지 않는 ‘옥석 가리기’도 심화될 전망이다.
31일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공개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가운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116개 단지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오는 7월부터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진다.
서울시의 개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안’이 시행되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현행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크게 당겨진다.
건설업계는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종전보다 최소 1∼2년가량 앞당겨져 시공사 보증으로 사업 초기부터 사업비 조달(대출)이 쉬워지고, 인허가 등 사업 절차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시내 저층 재건축이 마무리된 후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만한 중고층 재건축 단지와 재개발 시공사 선정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것”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따내야 하는 상징성 있는 사업장들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공사비 상승 및 조합과의 갈등 등으로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확실한 대단지 중심으로 수주한다는 방침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단지는 시공사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8구역’은 두차례 시공사 선정 경쟁 입찰에서 롯데건설만 단독 입찰해 유찰됐으며 서울 중구 ‘신당9구역’도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수의계약으로 전환한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맨션’ 재건축조합 역시 시공사 입찰에 롯데건설이 단독 참여했으나 결국 선정에 실패했다. 일반분양 물량이 46가구에 그쳐 사업성이 낮다는 것이 외면의 이유다. 조합에서는 3.3㎡당 500만원대였던 공사비를 200만원가량 올리고 입찰 보증금도 9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내려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건설업계는 향후에도 사업성이 밝은 곳에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잿값과 인건비 감당이 힘든 소규모 단지들은 건설사들이 외면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조합·시행사 등 사업 주체와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인해 신규 분양도 계속해서 미뤄지는 추세”라며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낮은 곳은 외면하면서 앞으로 주택 공급 차질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