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체감 제한적…지난해 무관세 효과 미미‧물가 상승 요인 여전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올해 하반기 식탁물가 전쟁이 펼쳐진다.
식료품 및 외식물가는 서민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있어 소비자 체감이 두드러지는 만큼 우선순위 해결 과제로 꼽힌다. 지속해서 치솟는 밥상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와 산업계의 합종연횡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는 가계의 먹거리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달부터 돼지고기·고등어 등 7개 농·축·수산물에 할당관세율 0%를 적용하고 저세율을 적용받는 생강의 수입 물량을 늘린다. 수입 돼지고기(4만5000t), 고등어(1만t), 설탕(10만5000t), 가축용 배합사료로 쓰이는 주정박(15만t)과 팜박(4만5000t) 등이 적용 대상이다. 할당관세는 일정 기간 일정 물량의 수입 물품에 대해 관세율을 일시적으로 낮추거나 높이는 제도로, 관세가 낮아지면 그만큼 수입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번 관세 면제로 가수요(공급 부족‧중단, 물가상승 등이 예상될 때 급격하게 일어나는 수요)를 방지하고, 물가 및 시중 유통 현황 등이 안정화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영제반비용 상승에 따라 역성장한 유통기업들도 원가부담 타개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후 소비심리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유통업계 전방위가 정부의 물가 안정화 기조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이다.
PB브랜드 강화가 대표적이다. PB상품은 유통업체에서 직접 만든 ‘자체브랜드 상품’으로, 유통 마진, 마케팅, 영업 등 제품의 가격이 불어나는 요인들을 제거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홈플러스는 PB 브랜드 라인업을 확대하고 나섰다. 현재 홈플러스 PB는 ‘홈플러스시그니처’, ‘심플러스’, ‘홈플러스시그니처 홈밀’ 등 3개 브랜드로 구성됐다. 컬리는 자체 브랜드 ‘KF365(컬리프레시)’, ‘KS365(컬리세이프)’ 등을 운영하며 단순히 제품을 저가에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품질을 끌어올려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11번가는 중소 제조사와의 공동기획 브랜드로 출발한 ‘올스탠다드’를 PB브랜드로 확장시켰다.
대형유통업체들은 핵심 파트너사와의 연계 시너지를 통해 대규모 할인전을 전개하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이 오는 25일까지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코카콜라와 협업 프로모션인 ‘드림 유니버스 페스타’를 진행한다. 각 브랜드 대표 상품을 할인가에 판매하고 컬래버 패키지 상품을 선보인다. 대형마트들은 자체 수급 인프라망과 신선품질혁신센터 운영 등을 통해 고품질‧가성비 상품을 내놓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소비자 체감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와 기업들의 대대적인 물가 안정화 조치에도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잔재하는 탓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는 점차 둔화하지만 일부 식품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낙농가의 생산비 증가, 축종별 마리당 소득 감소 등으로 하반기 원윳값 상승은 기정사실화돼, ‘밀크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관세 정책은 정부 차원의 민생 안정 대책 마련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시장의 기대치는 낮다. 지난해에도 대두유, 해바라기씨유, 밀, 밀가루, 돼지고기, 계란 가공품, 사료용 근채류 등 핵심 식품 원재료 7종에 대해 0% 관세를 적용한 바 있지만,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할당관세가 가뜩이나 부족한 세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해 무관세를 적용했으나, 세수감소분이 2조원 가까이 발생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무관세 정책 발표로 소비심리 회복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지만, 지난해 사례에 비춰봤을 때 실질적인 체감으로까지 이어질진 미지수”라며 “원재료 수급 외 에너지비용, 물류비, 인건비, 코로나 기간 축적된 적자 등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요인들은 여전히 산해 당장 큰 폭의 소매가격 인하는 어려울 것”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