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아우르는 확장현실(XR)업계가 애플의 참전으로 사뭇 들떠 있다. 지난 5일 아이폰 제조사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통해 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애플워치 이후 약 9년만에 내놓은 애플의 하드웨어 야심작으로 1000여명에 달하는 개발자들이 약 7년 넘게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제품을 미리 사용해본 현지 기자와 전문가들은 ‘VR과 AR 기술이 가장 정교하게 결합된 제품’이라거나 ‘현존하는 확장현실 기기 중에 가장 높은 해상도와 시야각를 제공함으로써 고도의 몰입감을 주는 제품’이라며 극찬했다. 비전 프로 공개 일주일만에 애플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시가총액이 무려 2조 8900달러, 한화로 약 368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분명한 것은 애플이 선보인 획기적인 디바이스의 출현으로 인해 다소 주춤했던 확장 현실(XR) 업계가 다시 활기를 되찾게 됐다는 점이다. ‘혁신적인 디바이스의 출현’이라는 사건이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을 포함함)콘텐츠 시장, (OTT,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포털 등의)플랫폼 업계, (체험 및 엔터테인먼트, 사무)공간 산업까지 아우르는 XR관련 산업계 전체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은 XR시장 이외의 다양한 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전 프로라는 ‘혁신적인 디바이스’의 출현이 업계를 살렸듯 ‘획기적인 콘텐츠 기술’이 업계를 살리지 말란 법도 없다. 8K 해상도의 ‘초고화질 시장’ 역시 ‘화질 개선 인공지능(AI)’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화질 개선 AI는 저화질의 일반 영상을 딥러닝 기반의 AI가 8K 이상의 초고화질로 개선해주는 모든 솔루션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8K TV 업계는 시장 확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8K 전용 콘텐츠’의 성장과 활성화를 꼽는다. 8K 화질을 구현하는 디바이스를 가지고 있더라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일반 화질뿐이라면 8K TV를 구매할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8K 화질로 볼 수 있는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 내 일부 영상이 유일하고 지상파 방송 중에서 8K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를 밑돈다. 대형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티빙 등도 대부분 8K를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디바이스는 충분하지만 즐길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8K TV를 포함한 ‘초고화질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에 가장 큰 장애물인 셈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