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잘 키운 기술 하나가 산업 전체 꽃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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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잘 키운 기술 하나가 산업 전체 꽃피운다
  • 윤준호 포바이포 대표
  • 승인 2023.06.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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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호 포바이포 대표. 사진=포바이포 제공
윤준호 포바이포 대표

매일일보 |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아우르는 확장현실(XR)업계가 애플의 참전으로 사뭇 들떠 있다. 지난 5일 아이폰 제조사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통해 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애플워치 이후 약 9년만에 내놓은 애플의 하드웨어 야심작으로 1000여명에 달하는 개발자들이 약 7년 넘게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제품을 미리 사용해본 현지 기자와 전문가들은 ‘VR과 AR 기술이 가장 정교하게 결합된 제품’이라거나 ‘현존하는 확장현실 기기 중에 가장 높은 해상도와 시야각를 제공함으로써 고도의 몰입감을 주는 제품’이라며 극찬했다. 비전 프로 공개 일주일만에 애플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시가총액이 무려 2조 8900달러, 한화로 약 368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분명한 것은 애플이 선보인 획기적인 디바이스의 출현으로 인해 다소 주춤했던 확장 현실(XR) 업계가 다시 활기를 되찾게 됐다는 점이다. ‘혁신적인 디바이스의 출현’이라는 사건이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을 포함함)콘텐츠 시장, (OTT,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포털 등의)플랫폼 업계, (체험 및 엔터테인먼트, 사무)공간 산업까지 아우르는 XR관련 산업계 전체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은 XR시장 이외의 다양한 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전 프로라는 ‘혁신적인 디바이스’의 출현이 업계를 살렸듯 ‘획기적인 콘텐츠 기술’이 업계를 살리지 말란 법도 없다. 8K 해상도의 ‘초고화질 시장’ 역시 ‘화질 개선  인공지능(AI)’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화질 개선 AI는 저화질의 일반 영상을 딥러닝 기반의 AI가 8K 이상의 초고화질로 개선해주는 모든 솔루션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8K TV 업계는 시장 확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8K 전용 콘텐츠’의 성장과 활성화를 꼽는다. 8K 화질을 구현하는 디바이스를 가지고 있더라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일반 화질뿐이라면 8K TV를 구매할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8K 화질로 볼 수 있는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 내 일부 영상이 유일하고 지상파 방송 중에서 8K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를 밑돈다. 대형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티빙 등도 대부분 8K를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디바이스는 충분하지만 즐길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8K TV를 포함한 ‘초고화질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에 가장 큰 장애물인 셈이다.
초고화질 시장이 다시 한번 활기를 찾으려면 괜찮은 콘텐츠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 선결과제다. 그렇다고 모든 콘텐츠 제작업체, 스튜디오가 8K 전용 초고화질 촬영 장비를 갖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순히 촬영 장비만 8K에 맞춰 갖춘다고 해도 편집용 장비나 후반 작업을 위한 또 다른 전문 장비들, 초고화질 촬영을 위한 별도의 스튜디오까지 고려해보면 8K 촬영 환경을 바꾸는 제반 비용이 크게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앞서 말한 ‘화질 개선 AI’다. 화질 개선 AI는 별도의 촬영 장비 교체 없이 기존 HD화질의 영상을 UHD화질로 또 4K 화질을 8K 수준으로 바꾸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작업 시간도 최근에는 거의 실시간에 가까울 정도로 빨라진 데다 데이터 전송량(비트레이트)은 낮추거나 그대로 유지하면서 화질을 개선하는 것도 가능해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OTT서비스, 영상제작사, 인터넷 강의 제공 업체, CCTV 보안 업체 등 활용 가능한 산업군이 무궁무진하다. 더군다나 최근 비주얼 콘텐츠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몰입감’인데 몰입형 경험(Immersive experience)을 만드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화질’이라는 점이 화질 개선 AI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세계적인 모바일 CPU제조사인 퀄컴社는 몰입형 경험의 핵심 요소를 세 가지로 정의했는데 ‘비주얼 퀄리티(Visual quality)’, ‘사운드 퀄리티(Sound quality)’, ‘직관적 상호작용(Intuitive interactions)’ 이상 세 가지다. 콘텐츠 소비자에게 인상적인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자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비주얼 퀄리티=화질’이라는 것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소비자의 몰입형 경험이 확대될수록 초고화질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역시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다바이스와 콘텐츠를 아우르는 초고화질 시장 전체의 약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정 산업군을 꽃피우는 계기는 생각보다 작은 사건인 경우가 허다하다. 광산에서 쉽게 광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든 증기기관은 전 세계 산업혁명을 불러 일으켰고 현대식 배터리의 등장은 현존하는 모든 휴대기기의 근간이 되었다. 잘 키운 기술 하나가 산업 전체를 꽃피우는 법이다. 애플의 비전 프로가 XR 시장을 되살리고 동시에 화질 개선 AI가 초고화질 콘텐츠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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