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저축銀 중금리대출 금리상한 이미 한도 도달
"서민들만 피해"...법정최고금리 개편 목소리 잇따라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조달금리 상승 여파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의 민간중금리 대출 한도가 벌써 금융당국이 정한 상한선에 도달하고 있다. 금리 상한에 가로막힌 민간중금리 대출의 수익성 악화로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2금융권의 대출문이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춘 지 2년을 맞아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21년 7월 7일 인하 당시에도 법정 최고금리가 제도권 대부업의 대출 금리와 맞닿는 수준까지 낮아져 시장 왜곡 우려가 컸는데, 실제로 금융권 곳곳에서 폐해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올해 하반기에 적용될 2금융권의 민간중금리대출 금리상한을 고시했다.
고시안에 따르면 업권별로 카드의 경우 상반기 11.88%에서 12.14%로 0.26%포인트 올랐으며 캐피탈은 14.99%에서 15.5%로 0.5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각각 10.5%, 17.5%로 올해 상반기와 같았다.
문제는 조달금리 상승세에 따라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이미 올해 상반기에 금리상한 한도를 채워 변동이 없었던 데다 캐피탈의 경우도 하반기 금리조정을 통해 한도에 도달하게 됐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조달금리 상승에 따라 민간중금리 대출 금리상한이 지나치게 상승하지 못하도록 업권별로 금리상한 한도를 두고 있는데 현재 상호금융 10.5%, 카드 13%, 캐피탈 15.5%, 저축은행 17.5% 등이다.
중금리 대출이란 중저신용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서민 금융지원 차원에서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게 업권별 금리상한 이내의 비보증부 신용대출을 내주면 이를 민간중금리 대출로 인정하고 인센티브를 준다. 매해 반기별로 조달금리 변동 폭만큼 민간중금리 금리상한도 조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민간중금리 대출의 금리상한은 벌써 한도까지 높아진 것이다.
2금융권은 은행에 비해 자금조달 방법이 한정적이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은 주로 예적금, 카드와 캐피탈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발행 의존 비율이 높은데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예적금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채권시장 불안 여파로 여전채 금리도 뛰면서 2금융권의 조달비용은 급격히 늘어났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민간중금리 대출로 벌 수 있는 이자가 상한선에 묶인 가운데 조달비용이 늘어나면 수익성이 악화된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금리상한 한도를 상향하지 않으면 민간중금리 대출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살제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최근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중금리 대출 공급량이 계속 줄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민간중금리 대출(사잇돌 대출 제외) 취급액은 1조6685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2조7595억원)보다 40% 줄어든 수치다.
물론 중저신용자 대출 활성화라는 취지에서 탄생한 카카오·케이·토스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지난 1분기에 전분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8101억원의 중금리 대출을 공급했지만 저축은행과 1금융권인 인터넷은행은 차주의 신용등급에 차이가 있어 2금융권에서 예상되는 중금리대출 위축을 온전히 대체하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정해져 있어 민간중금리 대출 한도를 더 높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금리대출이 가로막히자 자연스럽게 최고법정금리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시중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와중에도 법정 최고금리 인상은 거론조차 하지 못해 문제가 확산됐다.이에 정치권 입김에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현행 법정 최고금리 설정 방식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른바 내구제대출(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로 불리는 불법 사금융 논란이 커진 것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라며 "높아진 조달금리를 감안하면 연 20% 이상 금리로 대출을 내줘야 하는 대부업체·저축은행들이 법정 최고금리 때문에 대출을 아예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