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장모, 사문서 위조 혐의 징역 1년 선고
민주 "윤 대통령, 거짓말로 국민 기만"
대통령실 "사법부 판결, 언급 대상 아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현직 대통령 장모가 개인 비리 혐의로 법정구속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장모를 비호한 과거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들추며 총공세를 펴고 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판결 결과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나, 곤욕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기소된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지난 21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데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은 침묵하지 말고 '처가 특권 카르텔' 일소에 협조하라"고 쏘아붙였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실이 앞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면직 관련 법원 판결에는 입장을 냈으나 이번 판결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는 것을 지적하며 "유리할 때는 나팔수를 자처하고, 불리할 때는 침묵하는 태도가 참 이중적"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특권 카르텔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윤 대통령의 '처가 특권 카르텔'일 것"이라며 "법치주의자 윤석열의 소신대로 처신하라. 국민께 사과하고 '처가 특권 카르텔' 일소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박성준 대변인도 지난 22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제는 윤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는 장모 최 씨에 대해 '과잉수사',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고 단언했다"며 "어제 최 씨의 구속으로 윤 대통령은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 전에는 죄가 없다며 두둔해 놓고 불법이 드러나 장모가 법정구속까지 됐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뻔뻔하다"며 "사필귀정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송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장모 사건은 과잉 수사', '억울한 면이 있다', '피해를 준 건 아니다', '사기를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며 "자신의 당선을 위해 장모 사건을 덮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자신을 수사할 때와 같은 논리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도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다음 주 중으로 직접 윤 대통령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되지 않더라도 공소시효 정치에 불과하므로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수시는 할 수 있다"며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는 순간 반드시 기소되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추 전 장관은 "(최 씨의 범죄는) 사실상 소송사기에 해당되는 범죄로, 50억원가량 차익을 누린 중대범죄치고 징역 1년은 깃털처럼 가볍다"며 "윤석열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에 징역 7년을 구형하고 징역 4년이 확정된 것에 비하면 사법의 저울은 고장 났다"고 평가했다.
추 전 장관은 "그럼에도 이 판결은 (장모가)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던 윤석열 후보의 거짓말을 눌러버린 것에는 의미가 적지 않다"며 "이로써 대선 후보 시절에는 위선과 속임수로 국민을 속였으며, 검찰총장 시절에는 적극적으로 장모 변론문건을 만들어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도 다 드러난 셈"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복수 언론에 "사법부 판결은 언급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고, 국민의힘도 따로 논평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곤욕스러움이 묻어나는 대목으로, 무대응을 통해 추가 논란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지난 21일 의정부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이성균)는 사건에 대한 최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위조) 관여를 부정하기 어려움에도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했다"며 "범행 규모와 횟수, 수법 등에서 죄질이 무겁고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법정구속 판결 직후 최 씨는 법정에서 "하나님 앞에 약을 먹고 이 자리에서 죽겠다"고 절규하며 쓰러졌다. 최씨는 결국 법원 관계자들에 들려 재판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