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절차 개시 6일만 '속전속결'
홍준표 "더 이상 갑론을박 말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비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골프를 쳐 논란이 된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 20일 징계절차를 개시하기로 한지 6일만의 '속전속결' 처분이다.
당 중앙윤리위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회의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징계 대상이 되는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의도, 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 이후 국민과 당원에 대한 사과 및 수해 복구 활동에 참여한 사정, 국가나 당에 대한 기여도, 유사 사례와의 균형 등 형평성,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를 통하여 달성하기 위한 목적 등을 (징계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함께하고 공감해야 할 선출직 공직자가 국민 정서에 동떨어진 행위와 언행을 하고 민심에 맞서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 이미지를 훼손하고 민심을 떠나게 하는 해당 행위"라고 중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홍 시장에 대한 징계 결정은 그가 지난 15일 골프를 친지 11일만이며, 징계 절차가 개시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그야말로 신속 처분이 이뤄진 것인데,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황 위원장은 "내년 총선이야말로 어느 당이 혁신하고 개혁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내년 총선을 목전에 둔 만큼 이를 고려했음을 시사했다.
당원권 정지 10개월은 탈당 권유나 제명보다는 경하지만, 상당한 중징계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수해 복구 현장에서 실언을 했던 김성원 의원(당원권 정지 6개월)보단 무겁고, 지난 2006년 7월 수해 복구로 한창인 강원도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문제돼 제명 조치를 받은 홍문종 당시 경기도당위원장보단 가벼운 처분이다.
홍 시장은 징계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 윤리위에 재심 청구를 할 수 있으며, 청구하지 않으면 징계가 그대로 확정된다. 홍 시장은 당 윤리위 징계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더 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더이상 갈등이 증폭되고 재상산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나는 아직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고 심경을 전했다.
앞서 홍 시장은 전국적으로 폭우가 내린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쳐 논란이 됐다. 논란 초기 홍 시장은 "규정을 어긴 것이 없다"며 떳떳한 태도를 보였지만, 비판이 누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윤리위가 징계 논의를 개시하자 결국 사과했다.
홍 시장은 이후에도 '과하지욕'(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다)이라는 사자성어를 올렸다가 지우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24일부터는 수해 피해 지역 복구 활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는데, 일각에선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