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거거익선이냐 프리미엄이냐”…유통업계, 소비자 지갑 열기 ‘총력’
상태바
[기획]“거거익선이냐 프리미엄이냐”…유통업계, 소비자 지갑 열기 ‘총력’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3.07.30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물가 장기화 영향, 소비 양극화 현상 확산
까다로운 소비자 니즈 충족하는 차별화 필요
홍보모델이 GS25에서 점보 도시락 컵라면과 팔도 도시락 컵라면을 들고 서 있는 모습. 사진=GS리테일
홍보모델이 GS25에서 점보 도시락 컵라면과 팔도 도시락 컵라면을 들고 서 있는 모습. 사진=GS리테일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소비 양극화 현상이 확산하자 유통업계의 마케팅 전략도 갈리는 모양새다. 고물가, 경기침체 여파로 대용량 제품을 구매해 실속을 챙기려는 수요층이 커짐과 동시에 프리미엄, 한정판 등 희소성 높은 상품을 찾는 수요도 상존하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빅사이즈’ 제품들이 잇달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업계에서 비슷한 가격에 양이 큰 상품을 앞세워 합리적인 소비를 촉진하려는 복안으로 보여진다.
빅사이즈 제품의 경우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이색적 재미, 멋 등을 고려하는 펀슈머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GS리테일의 GS25는 PB 원두커피 브랜드 ‘카페25’의 신메뉴로 ‘아이스아메리카노 점보’를 내놓았다. 이번 메뉴는 780ml 사이즈로 GS25가 업계 최대 수준의 점보형 원두커피다. 기존 아이스아메리카노라지(480ml, 2100원)와 비교해도 1.6배 크다. 대용량 대비 가격 부담도 최소화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점보’의 가격은 2400원으로 기존 아이스아메리카노 대비 100ml 당 가격이 30% 가까이 알뜰하게 책정됐다. 지난 5월말부터 출시된 GS25의 점보 도시락도 매주 3만개 이상 판매될 정도로 고공성장을 달리고 있다. 불티나게 상품이 팔리자 중고시장에서 정가 대비 2~4배 수준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팔도의 지식재산권(IP)을 얻어 마련한 제품으로 팔도 도시락면(86g)보다 8.5배 거대하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오는 9월 30일까지 트렌타(887㎖) 사이즈 초대용량 음료를 한정 공개한다.스타벅스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이래로 첫 초대용량 메뉴를 마련한 것이다. 지난 20일 론칭 직후 사흘간 12만잔의 판매고를 올렸다. 트렌타 사이즈는 콜드브루, 아이스 자몽 허니 블랙티, 딸기 아사이 레모네이드 리프레셔 등 메뉴 3가지 중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롯데칠성음료도 최근 대용량 커피 대표 브랜드 ‘칸타타 콘트라베이스’의 신제품인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블랙·샷’과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스위트아몬드’ 2종을 발매했다. 두 제품 모두 일반 칸타타(275~370㎖) 제품 대비 약 35~80% 양이 많다. 가격도 100㎖당 100원 이상 싸다. 이와달리, 가성비를 따지기 보다 희소성 또는 고고익선을 추구하는 소비층도 존재해 ‘헝거 마케팅’이 급부상하고 있다. 헝거마케팅은 기획한 기한내로 한정된 물량만을 공급한다는 말이다. 구하기 힘든 제품을 사도록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기법이다.
아영FBC가 국내 독점으로 유통하는 고든앤맥페일이 ‘킹 찰스3세 코로네이션 74년’을 한정 선보였다. 이번 제품은 스코틀랜드 북부 스페이사이드지역의 글렌 그랜트 증류소에서 74년간 숙성을 거쳐 지난해 단 281병 생산됐다. 가격은 5000만원 후반대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얼킨’과 컬래버한 ‘테라X얼킨 업사이클링 백 2종’을 한정 출시했다.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테라의 주요 철학인 ‘청정’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명품에 대한 관심도 쉽사리 쪼그라들진 않고 있다. 오히려, 세계 유명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을 새 핵심 시장으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국내 명품 수요가 하락 국면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수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모건스탠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구입액은 168억달러(약 21조원)로 집계됐다. 1인당 명품 구입액은 325달러(약 41만원)로 미국(35만원), 중국(7만원)을 등을 앞질러 세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루이비통은 연내 더현대에 진출해 이전보다 활발한 유치 활동을 벌인다. 프라다는 오는 9월 여러 분야의 권위자와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프라다 모드’ 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구찌도 1998년 첫 플래그십 부티크를 연 이후로 지난 5월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거행했다. 국내 이커머스도 명품·뷰티 카테고리를 차기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있다. 롯데온이 명품 버티컬 ‘온앤더럭셔리’가 해외 온라인 명품 편집숍 ‘육스’의 상품을 쏟아낸다. ‘육스’는 구찌, 프라다, 버버리 등 해외 주요 명품 브랜드 및 글로벌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취급하는 해외 명품 플랫폼이다. 11번가는 지난 3월부터 명품 전문 버티컬 서비스 ‘우아럭스’ 론칭했다. 에르메스, 샤넬, 롤렉스, 까르띠에 등 하이엔드부터 컨템포러리까지 1000여개 브랜드의 상품을 총망라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행태가 고물가 장기화 여파로 가성비 제품을 찾는 수요층, 구매력을 내세워 여전히 고품질을 추구하는 수요층 등으로 나뉘고 있는 가운데, 평균이 사라지는 모습”이라며 “합리적이고 만족스러운 소비를 하기 위해 자신의 경제 여건과 상황을 고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업계에서도 파편화된 소비자 니즈를 공략하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