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여파로 에너지원 가격 여전히 요동
외풍 극복 차원 판로다변화로 중국 의존도 줄여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에서 촉발된 에너지 공급망이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대외 여건에 흔들리지 않을 전략적 수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경제는 계속해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의 성장세를 계속해서 하향조정하는 추세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수출 전략을 수립해야 대외 요인에 따른 경기 하락에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이어진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산유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시작됐고, 러시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제재국을 대상으로 에너지원 수출을 제한했다. 러시아로부터 에너지원을 공급받는 국가들은 새로운 거래국을 찾아야 했기 때문에 러시아 외 산유국의 수요‧공급 균형이 붕괴됐다.
최근에는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에너지 공급망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1.92달러(2.30%) 상승한 배럴당 85.5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최고치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주 유가 상승률은 7.17%에 달한다. 서부 브렌트유도 이날 2.22달러(2.55%) 오른 89.045달러에 마감했다.
국제 유가 상승의 요인으로는 산유국의 공급 감축이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8월에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 수출을 줄이고, 4분기에도 감산을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러시아 부총리는 이미 OPEC+ 회원국과 다음달 원유 감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공급망이 요동칠수록 국내 시장에서의 전략 변화가 요구된다. 제조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이 증가할수록 제조원가 측면에서 수익성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간 반도체 등에 집중된 수출 전략을 다른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전략은 대외적 여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요동친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략이 요구된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부문은 85억6000만달러(11조289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20.6% 감소했다. 반도체 내 수출 비중이 큰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계속된 결과다. 8월 수출의 전년 동기 대비 감소율(8.4%)와 비교하면, 반도체 부문의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와 교역이 가장 많은 중국의 경기 침체도 수출 지역 다변화를 강제하는 요소로 꼽힌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분쟁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위기와 직면한 상태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회사 비구이위안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였다. 비구이위안이 완공해야 할 집은 100만채에 육박한다. 중국 내 주택 수요가 공급량을 따라가지 못하며, ‘유령건축물’이 증가해 부채가 누적된 결과다.
그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으로 국내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가 나왔다는 평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월 중국의 수출 비중은 19.8%다. 20% 아래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들과 교역이 활발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은 18%로 2위다.
정부도 장기적인 대중국 의존도 감소를 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달 31일 강남 페이토 호텔에서 ‘2023년 하반기 주요 수출시장 진출전략 설명회’를 개최했다. 해당 행사에는 수출기업 100여개사가 참석해 정부의 판로 다변화 설명을 청취했다.
KOTRA의 지역별 담당자는 미국·유럽연합(EU), 중동, 아세안 등 주요 시장과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을 설명했다. 규제변화, 인구변화 등 다양한 시장변화 상황에서 수출 기회로 연계될 수 있는 유망 틈새 품목도 소개했다. 사실상 국내 기업들의 판로다변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제안하는 자리로 보인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설명회에서 “중국 부동산 위기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선진국 통화 긴축 등으로 하반기 수출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설명회를 통해 우리 기업이 수출 환경 변화와 기회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시장 다변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정부와 협력해 판로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은 그간 중국의 낮은 인건비 등을 이유로 계속해서 교역을 확대했지만, 현재 중국의 경기 침체와 인건비 상승, 미국과의 무역분쟁 등으로 이점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라며 “기업들도 탈중국이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필요한 점은 취하고, 손해를 보는 부문에서는 조정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