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출 못하는데 처벌 강화… 현실성 없어"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국토교통부가 20일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 근절 방안을 발표했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표가 붙는다. 앞선 정권들도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집중 단속 및 처벌 강화를 추진했지만 결국 하도급 관행을 근절하기 못했기 때문이다.
복수의 건설업 관계자들은 "현재도 국내 현장의 99.9%는 불법 하도급에 해당할 것"이라면서 사실상 내부 고발 없이는 불법 여부를 적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지적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이날 발표 관련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면서 "점검을 해서 잡아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한 "공공보다 민간 공사가 불법 하도급 관행이 양적으로 훨씬 많을 것인데, 수많은 민간 현장을 정부가 관리감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건설산업종합정보망(KISCON)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종합 및 전문건설업체는 10만 곳이 넘는다.
또 최근 국토부의 주택 인허가 자료를 살펴보면 민간공사 비중이 전체의 95%에 육박했다. 건설기업의 수로보나 정부의 관리감독 밖에 있는 민간 사업의 비중으로 보나, 이들을 모두 단속하는 것은 정부 행정상의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설사 정부가 단속에 들어간다고 해도, 서류상으로는 불법하도급을 가려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불법하도급은 원청과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가 공사를 공종별로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하청업체는 소위 시공팀에 인력 차출 및 공사 진행을 맡기는데, 이때 사실상 재하도급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서류상으로는 정상적인 인건비 지급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시공팀장이 인력을 허위로 기재해 인건비를 부풀리거나 인건비를 중간에 가로채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 교수는 "하청업체가 3단계, 5단계까지 재하청을 준다고 해도 서류에는 모두 누락된다"면서 "인천검단의 경우에도 서류상으로는 불법하도급이라는 상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이같은 면허가 없는 업체에 하도급을 맡기는 경우는 국토부 조사에서도 거의 적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하도급비를 지급받지 못한 하도급사가 이를 내부고발하거나 심각한 부실시공으로 인해 점검 과정에서 불법 하도급이 발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적발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법적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 또한 정부가 강력한 의지로 처벌 선례를 만들지 않는 이상 실효성은 낮다는 평가다. 오히려 정부 부처에서 이중 처벌을 우려해 과징금 이상의 강력한 처벌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행법에는 불법하도급을 저지른 경우 최대 2년까지 공공공사 참여를 제한하고 있지만, 2020년~2022년 7월까지 실제 처분을 받은 건설사 148곳 중 142곳은 1~2개월 제한에 그쳤다.
공공공사와 같이 민간공사 또한 발주자가 하도급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해 불법하도급을 방지하는 법 개정안도 추진되고 있지만, 여야 정쟁 속에서 국회 계류될 것이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최 교수는 "건설업체들이 건설사와 유대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불법 하도급을 알고도 묵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같은 경우가 없도록 공익 제보가 나왔을 때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건설산업 정상화 TF 논의 및 집중단속 결과자료 등을 토대로 건설산업 카르텔 혁파방안을 오는 10월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