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하반기 채용시장 ‘싸늘’… 中企·구직자 혹한기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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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하반기 채용시장 ‘싸늘’… 中企·구직자 혹한기 이어진다
  • 이용 기자
  • 승인 2023.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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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10곳 중 6곳 “채용 계획 없거나 미수립”
신입직원 외면 받고 ‘중고신입’ 선호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원전 생태계 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 고금리‧고환율, 중국발 경제위기 우려 등 대내외 불확실성 가중으로 기업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반기 청년 취업시장이 더욱 냉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일선 기업들이 경기 침체를 이유로 하반기 채용을 줄이거나 없애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조사한 결과,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채용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10개사 중 6개사 이상(64.6%)은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채용계획 미정’이라고 응답한 기업(48.0%)은 지난해 하반기(44.6%)보다 3.4% 증가했다. ‘채용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16.6%로, 전체 기업 5곳 중 1곳이 고용을 포기한 셈이다.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17.4%)보다 0.8% 감소한 수치다.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의 비중은 고작 35.4%에 불과했다. 이 중 전년 대비 채용 규모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업은 절반을 조금 넘기는 57.8%였다. 줄이겠다는 기업은 24.4%, 늘리겠다는 기업은 17.8%로 나타났다. 2022년 하반기 조사와 비교하면, 전년 대비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 비중(24.4%)은 지난해(13.0%)에 비해 11.4% 늘어난 반면, 늘리겠다는 기업 비중(17.8%)은 지난해(37.0%)보다 19.2% 줄었다. 채용을 축소한다는 응답이 더 많은 만큼, 올해 하반기 고용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축소하게 된 대표적인 원인은 경기 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다. 실제 수익성 악화․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경영 돌입(25.3%)이 가장 많은 이유로 꼽혔다.
제조업 기반 기업들의 고질적 문제인 고금리와 원자재, 인건비 등도 채용시장 냉각에 일조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악화(19.0%)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에 대비한 비용 절감(15.2%) 순으로 조사됐다. 청년 구직자들은 올해 대졸 취업 경쟁이 작년보다 치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전경련은 올해 대졸 신규채용 예상 경쟁률은 평균 81대 1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작년 대졸 신규채용 경쟁률(77대 1)에 비해 더 치열해진 것이다. 이 가운데 갓 취업 전선에 뛰어든 이른바 ‘신입 직원’에 대한 수요는 더 떨어지고, 경력 직원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경력을 갖고 있음에도 대기업에 신입으로 지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경련의 조사결과 지난해 대졸 신규입사자 5명 중 1명(21.9%)은 경력을 가지고 신입직으로 지원한 소위 ‘중고신입’이었다. 대졸 신규입사자 중 중고신입 비중은 △1%~10%(23.6%) △20%~30%(22.8%) △10%~20%(19.7%) △30% ~40%(12.6%) 순으로 나타났다. 중고신입의 경력 기간은 평균 1.4년이었다. 고용시장 불균형 기조가 이어지면서 중소기업계는 더더욱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벤처 기업 I사 관계자는 “일단 신입 직원은 중소기업에 잘 오려고 하지 않는데다가, 한 1년 정도 경력을 쌓으면 대기업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며 퇴사해 버리는 경우가 잦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조차도 신입보단 곧바로 업무 투입이 가능한 경력을 선호하는 판국이다. 이런 환경에선 청년들은 일할 기회를 찾기 힘들테고, 중소기업 또한 아까운 인재들을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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