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이커머스와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얼어붙은 IPO(기업공개) 재도전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엔데믹 전환과 더불어 증시 입성 원년으로 예상됐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증시 불확실성 증가 등의 여파로 IPO 시장은 얼어붙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불필요한 손실을 최소화하고 실적 개선에 성공하면서, 시장 상황을 다시 주목하는 모양새다. 경기 회복이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부터 기업들의 상장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여진다.
대표적인 사례로 신세계그룹 SSG닷컴과 SK스퀘어의 11번가, 뷰티 플랫폼 에이피알, 국내 H&B 시장의 절대강자 올리브영 등이 있다.
먼저 SSG닷컴은 내년 봄에 IPO 절차를 밟기 위해 막바지 주관사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동대표에서 단일대표로 오른 이인영 대표가 최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상장 재도전 계획을 피력했다.
지난해 상장을 목표했던 SSG닷컴은 이를 연기하고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노선을 선회한 바 있다. 이후 수익성을 대폭 향상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올 2분기 영업손실은 전년동기대비 222억원 개선한 183억원을 기록했다. 동기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증가한 4270억원을 달성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주관사와 수시로 협의해 상장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구체적인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1번가도 연내 IPO는 사실상 불발됐으나, 증시 입성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현재 모회사인 SK스퀘어는 투자자 및 관계자들과 투자금 상환, IPO 시점, 신규 투자 유치 등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한때 2조7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한 11번가는 1조원대까지 몸값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덩치와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 2분기 매출액은 19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9% 늘었다. 영업손실은 2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0억원) 보다 줄었다. 오는 2025년까지 자사 전체 사업의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에이피알은 지난달 22일 예비심사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하고 상장 채비에 나서고 있다. 자진 상장 철회 뒤 3년만에 재도전이다. 에이피알은 현재 뷰티 디바이스와 뷰티 브랜드를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사업을 전개하면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에 등극했다. 지난해 매출 3977억원, 영업이익 392억원을 달성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480억원을 기록했다.
올리브영의 IPO 재도전 여부도 업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상장 잠정 중단 이후 기업 가치를 지속 높여왔다. 지난 2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1%, 76.9% 신장한 9675억원, 1024억원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보류했던 기업들이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내실과 외형을 향상하며 절치부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 완화 등 내년 상반기 경제 회복 전망에 따라 기업들도 상장 추진과 관련한 활발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