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준비하는 이-팔···'단기 중단' 가능성도 제기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조정자' 부재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양측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는데, 지상전이 본격화될 경우 전쟁 장기화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9일 복수 외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의 이스라엘 선제공격으로 발발한 이들의 전쟁은 이날로 13일째를 맞고 있다. 공습으로 인해 큰 인명피해를 입은 이스라엘은 분노했고, 하마스가 실질적 통치를 하는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검토하며 전쟁은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불구대천의 원수 관계다. 1947년 UN이 팔레스타인 지역 일부를 유대인에게 할당했고, 1948년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이 건국했다. 수천 년 동안 살던 땅을 빼앗긴 팔레스타인인들은 투쟁했고, 이 과정에서 양측은 4차례의 전쟁을 벌였다.
하마스는 '이슬람 저항운동'의 아랍어 약칭으로, 대(對)이스라엘 저항이 한창이던 1987년 만들어졌다. 이후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고, 가자지구 봉쇄를 이어온 이스라엘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하마스는 지난 7일(현지시간) 4차 중동전쟁 이후 최대 공격을 이스라엘에 가했다. 눌려있던 악감정이 폭발한 양측은 현재 빠른 시일 내 전쟁을 중단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완전 제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장기전도 감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참가하는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 18일 "전쟁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우리 목표는 단지 하마스를 물리치는 게 아니라 남부가 100% 낙원이 될 것이라고 약속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의 분쟁을 조정할 마땅한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국제경찰'을 자처해 오던 미국은 이스라엘의 하마스 완전 제거 목표에 동의하는 한편, 이스라엘에 군사 지원 등을 하면서 명확한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에 대해서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반대하기도 했다.
반(反)이스라엘 세력의 대장 격인 이란은 하마스를 공식 지지하고 있다. 직접적 증거는 없지만, 이란은 이번 하마스 공격의 배후로 거론되기도 한다. 여러 이슬람 국가도 팔레스타인의 투쟁을 성전으로 평가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가세도 전쟁 장기화를 부를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8일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벌이고 있는 전쟁의 다음 단계를 헤즈볼라와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의 전력은 하마스보다 훨씬 강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국제 사회가 우려하는 만큼 전쟁이 '5차 중동전쟁'급으로 확장되거나, 장기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를 언급하며 미국이 어느 정도 중재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란 개입 가능성에 대해선 "확전되더라도 이란의 국내 정치 상황이 어려워 적극적으로 하마스를 도울 여력은 안 될 것"이라며 "전쟁이 복잡해지더라도 헤즈볼라가 하마스를 돕도록 독려하는 선일 것이다. 그럴 경우 전쟁이 그렇게 길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