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2·3세 주요 보직 배치…첫 女 CEO 배출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국내 식품업계 전반에 ‘여풍(女風)’이 거세지고 있다. 여성 경영인이 전무했던 식품업계에 첫 최고전문경영인(CEO) 배출은 물론 오너일가의 2·3세 딸들이 경영 일선에 나서거나 혹은 실무수업을 받는 등 침체에 빠진 식품업계의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인 경후 씨는 2012년 CJ에듀케이션즈의 마케팅 대리로 입사, 지난해 10월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CJ오쇼핑의 상품기획 담당(과장)으로 정식 발령받아 현재 경영 수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씨와 차녀 임상민씨도 그룹 일선에 나서며 ‘자매경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임상민씨는 지난 해 연말 대상그룹의 임원인사에서 상무(기획관리본부 부본부장)로 승진, 대상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임 상무는 지난 2012년 10월 대상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부장급)으로 복귀한 후 경영전반에 관한 업무를 익혔고, 같은 해 임세령씨는 식품사업총괄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상무)로 임명돼 1년간 식품 부문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획, 마케팅, 디자인 등을 총괄해 왔다.
상무로 승진한 임상민씨는 향후 그룹 차원의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프로젝트를 총괄할 예정이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첫째 딸 윤지씨도 지난 2012년 하반기부터 경영 일선에 합류해 실무 경험을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윤지씨는 현재 유아용품기업 계열사인 제로투세븐 내에서 마케팅팀 대리로 근무 중이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장녀인 담경선씨는 아직 정식으로 입사하지는 않았지만 주요 현안해 관여하며 오리온 지분 0.53%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첫 여성 최고전문경영인(CEO)의 배출도 눈에 띈다.
매일유업은 이창근 사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지난해 말 이사회를 열고 김선희 경영지원총괄 부사장(CFO)을 신임 사장으로 정식 선임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식품업계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그동안 여성 전문경영인이 전무했던 것을 비춰볼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로써 올해 매일유업은 김정완 회장과 김 신임 사장이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김 신임 사장은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국내 사업 수익성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식품업계에 2·3세 경영 승계 바람이 불고 있다”며 “특유의 따뜻한 카리스마와 섬세한 여성의 리더십을 갖춘 여성 인력을 앞으로도 대거 발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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