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절반 "전기요금, 경영에 부담 줘… 절약할 형편 안돼"
대기업, 경영 불확실성 대응 위해 채용 축소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에너지 가격 상승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물가로 소비심리마저 악화돼 소비시장 활성화라는 해결책마저 기대하기 어렵단 전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과 기업들이 고정적으로 소모하는 필수재 및 서비스 비용이 고유가로 인해 전체적으로 상승, 경제적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동향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식료품·비주류음료(5.1%) △주택·수도·전기·연료(4.6%) 등 국민들이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필수재 및 서비스의 상승 폭이 가장 높다고 했다.
물가에 영향을 미친 주요 원인은 석유 등 에너지 가격 변동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4.9% 내려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지만, 하락률 자체는 지난 7월 -25.9%, 8월 -11.0% 등으로 줄었다. 지난달 하락률은 올해 2월(-1.1%) 이후 최저다. 이에 따라 석유류의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7월 -1.49%포인트에서 8월 -0.57%포인트, 9월 -0.25%포인트로 상승했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는 석유 가격에 따라 제품, 유통, 서비스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결정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중동 유가마저 불확실성을 끌어안게 된 이상, 국내 물가에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다.
이 가운데 이번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등이 하반기 요금 인상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민들은 하반기 경기 전망을 특히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통계청은 10월중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98.1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해당 지수의 기준값(100)보다 작으면 전망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의 경우, 현재생활형편CSI(88) 및 생활형편전망CSI(90)는 전월대비 각각 1, 2포인트 하락했다. 가계수입전망CSI(98)은 전월대비 1포인트 하락했고 소비지출전망CSI(113)는 지난달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국민들이 향후 수입을 낮게 예상한 반면, 지출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다.
국민들은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 공공요금(63.3%), 석유류제품(62.4%), 농축수산물(32.5%) 순으로 꼽았다. 지난달에 비해서는 석유류제품(+7.5%), 공공요금(+2.4%p)의 응답 비중이 증가했다. 모두 에너지 가격에 따라 변동되는 항목이다.
에너지 가격 인상은 향후 기업계의 경영난을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이미 중소기업 10개 중 9개 곳은 앞서 전기요금 인상으로 경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309개 제조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에너지비용 부담을 조사한 결과, 94.9%의 기업이 산업용 전기요금이 부담 된다고 답했다. ‘매우부담’으로 응답한 기업은 절반(50.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은 지금보다 에너지를 더 아껴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에너지 사용량과 관련한 질문에선 ’더 이상 절감할 수 없음’으로 응답한 기업은 51.5%에 달했다. 상승한 전기 요금은 고스란히 기업의 손해로 이어지고 있다. 요금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12.9%만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는 소비자의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해선 적정 가격 유지가 필수인 만큼, 공공요금 인상분을 제품에 반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토로한다.
대기업계는 채용을 축소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64.6%는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주요 이유는 △수익성 악화․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경영 돌입(25.3%)이 가장 많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구직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10월 취업기회전망CSI는 78포인트로 집계됐다. 긴축에 들어간 기업이 채용을 줄인 여파가 그대로 국민들의 심리에 반영된 셈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최근 한국 경제는 산업활력 저하, 소비심리 위축으로 생산·소비·투자 모두 부진한 상태로, 하반기 경기반등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물가 등 가격변수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소비심리를 올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