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짜뉴스, K-플랫폼 때리기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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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가짜뉴스, K-플랫폼 때리기 능사 아니다
  • 이태민 기자
  • 승인 2023.11.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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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산업부 기자
이태민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아무래도 국회 입장에선 '네카오(네이버·카카오)'가 타격감이 가장 좋잖아요. 1년 농사를 입증해야 되다 보니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기업 불러서 누가 봐도 '얘네가 잘못했네' 싶은 거 건드는 걸로밖엔 보이지 않습니다."

정보기술(IT)업계에 종사하는 한 취재원은 '네카오' 총수들이 유독 국정감사에 많이 호출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올해 초부터 "괴물" "여론조작의 숙주" 등으로 플랫폼 기업을 맹폭한 데 이어 국정감사철이 가까워지면서 공격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점에서다.
올해 국감 역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주요 이슈로 여야 간 설전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에서 벌어진 '가짜뉴스'·'여론조작 의혹' 논쟁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가짜뉴스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며 포털 플랫폼의 영향력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짜뉴스를 심의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맞섰다. 정작 여야 간 증인·참고인 채택 논의가 결렬된 터라 증인석은 텅 비어있었다. '총수 없는 국감' 속 4시간 이상을 끈 가짜뉴스 논쟁에 통신·방송 등 업계 주요 이슈의 절반은 묻혔다. 어쩌면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한 것일 수 있는 가짜뉴스 근절론이 '플랫폼 때리기'로 비쳐지는 건 그 역사가 유구하기 때문이다. 2017년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조작해 대통령 관련 이슈를 내렸다는 의혹으로 네이버를 항의 방문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2018년과 2019년에는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으로, 2020년에는 뉴스 알고리즘 조작 의혹으로 마찰을 빚었다. 2021년부터는 카카오에 대한 집중포화가 시작됐다. 그해 국정감사에는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과방위와 정무위원회, 산업자원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3개 위원회에 증인으로 채택되며 기업 총수 중 유례없는 출석률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양대 토종 플랫폼이 정치권의 뭇매를 맞는 동안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앞세운 글로벌 빅테크는 소리 없이 덩치를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네카오가 정부의 플랫폼 규제 정책과 청문회, 토론회 등 각종 리스크에 대응하느라 입지가 흔들리는 사이 글로벌 빅테크는 국내 규제를 교묘하게 회피하며 검색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과 애플·메타·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 논란, 조세회피 등 의혹을 제기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극약처방이 내려지지 않으며 정부가 토종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역차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가짜뉴스 이슈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를 통한 가짜뉴스 생성과 소비가 심화되고 있지만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는 상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허위정보 우려 상승 및 유튜브 뉴스 이용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본다는 한국인 응답자는 전체 응답의 53%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은 뉴스를 유튜브로 소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국감에서도 글로벌 빅테크는 잇따른 불공정 행위 의혹에도 증인 채택 명단에서 배제되면서 '맹탕 국감'으로 끝났다는 혹평이 지배적이다. 플랫폼 패권 경쟁이 한창인 글로벌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선거철을 노린 플랫폼 때리기에 집중하기보단 토종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독과점 등 부작용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다만 플랫폼 기업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무조건적인 규제보단 산업 혁신을 이끌 수 있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는 게 중요하다. 토종 플랫폼이 살아야 글로벌 패권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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