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원가 부담 최대 요인 ‘감자‧변성전분’에 할당관세 적용
업계 “추가적 가격 인하까진 무리”…인상 계획은 아직 없어
업계 “추가적 가격 인하까진 무리”…인상 계획은 아직 없어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정부가 내년도 탄력관세 운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라면업계의 원가 부담 완화와 가격 동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식품용 감자변성전분, 설탕, 조제땅콩, 닭고기, 계란가공품 등 76개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할당관세는 수급 불안이나 가격 급등한 원자재에 대해 한시적으로 할당된 양에 대해서만 관세를 인하해주는 제도다. 기본관세율의 40%포인트(p) 범위에서 관세율을 가감해 적용한다. 라면업계가 원가 부담 최대 요인 중 하나로 꼽는건 ‘감자‧변성전분’이다. 감자·변성전분은 라면 생산 시 비중이 큰 주요 원료다. 최근 농식품부, 기재부는 국내 주요 라면 제조사에 직접 방문해, 라면 원료인 감자전분·변성전분 수입 가격 급증 등에 관한 애로사항을 청취한 바 있다. 감자전분·변성전분의 수입 가격은 1년 사이 30% 이상 급증했다. 정부의 이번 할당관세 적용 연장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풀이된다. 탄력관세 수혜가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들 사이에선 내년도 라면 공급가격 동결 및 하향조정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고물가 장기화에 정부는 식품업계 전방위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민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기업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라면은 서민 생활 밀접 가공식품이란 특성에 정부 압박 집중 타깃이 됐다. 최근엔 주요 가공식품 물가를 관리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TF 내 품목 담당자들이 시장 동향을 수시로 점검하는 방안도 내놨다. 관리 대상은 라면을 필두로 한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등 서민 생활 밀접 가공식품이다. 정부 압박의 일환으로 올 한 해 동안 라면업체들은 가격 줄인하를 단행했다.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씩 인하했다. 삼양라면도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 가격을 평균 4.7% 내렸다. 오뚜기는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내려잡았다. 팔도는 ‘일품해물라면’, ‘왕뚜껑봉지면’, ‘남자라면’ 등 11개 라면 제품에 대해 소비자 가격 기준 평균 5.1% 인하했다. 주요 제품 가격 인하 리스크가 하반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올 3분기 라면업체들은 밀가루 등 원재료 국제 가격 안정세, 신제품 및 해외 사업 순항을 등에 업고 호실적을 기록했다. 정부압박 표적이 돼 가격인하를 반강제로 단행했음에도 영업익을 불리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격을 더 내릴 수 있었단 지적이 나온다. 라면 가격 등락 여부에 정부와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 한 해 동안 정부의 압박 관리로 라면업체들이 가격을 내리며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했는데, 내년 역시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는 할당관세 적용이 가격인하로 까지 이어지긴 현실적으로 어렵단 입장이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감자·변성전분 할당 관세 적용은 기존에 운영해오던 것을 연장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획기적인 수혜를 예상하긴 힘들지만, 원가 부담 상쇄를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이해하고 물가 안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이미 올해도 주력 제품들의 가격을 하향 조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내녀 인하는 힘들겠지만, 추가적인 인상 계획은 없다”라고 전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