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수요 감소에 온‧오프라인 채널 줄철수…악순환 이어져
‘쿠세권’ 신조어 등장…“사회공헌적 유통 인프라 구축 절실”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최근 지방의 ‘유통망 소외’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주변 대형마트나 편의점 입점률이 현저히 낮아, 식료품 및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더욱더 어려움을 겪는다.
오프라인의 장벽을 해소할 온라인 배송 서비스도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이커머스 업계는 수요가 많은 수도권 위주로 물류센터 및 배송망을 구축하는 탓이다. 일례로, 신세계 그룹 통합 온라인몰 운영사인 SSG닷컴은 2021년 7월 시작한 충청권 새벽배송 서비스를 물류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올해부터 접었다. 지방 지역 거주민들은 배송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거나, 가능하다 해도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방의 인프라 붕괴는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더 나아가 국가소멸까지 초래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소멸’에서 나아가 수도권과 광역시의 인구까지 줄어드는 ‘지역소멸’ 시대에 진입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한국의 지역 간 인구 이동 특성을 고려해 개발한 ‘K-지방소멸지수’를 토대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인구 변화를 조사한 결과, 지방소멸 위험도가 높은 소멸위기지역은 총 59곳으로 조사됐다. 소멸위기지역 중 소멸우려지역은 50곳(21.9%), 소멸 가능성이 가장 높은 소멸위험지역은 9곳(3.9%)이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3곳, 강원이 10곳, 경북이 9곳으로, 전체 소멸위기지역의 54.2%를 차지했다. 국토 전체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으로 88.2%의 소득과 일자리, 인구가 몰리고 있다.
‘쿠세권’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쿠세권은 ‘쿠팡+역세권’을 합친 신조어로, 쿠팡의 신속 배달 서비스인 ‘로켓배송’, ‘새벽배송’ 등이 가능한 지역을 일컫는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의하면, 쿠세권에 살지 않는 중소도시 거주 소비자 중 84%가 새벽배송을 이용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 주문 바로 다음 날 도착하는 새벽 배송은 전용 물류센터 구축과 배송 효율성을 기본 전제로 하기에,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 위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새벽배송은 현재 수도권과 6개 광역시 및 인근지역 일부에서만 제공 중이다. 쿠세권이 좋은 거주지역인지의 판가름 기준에서 나아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나타내는 표식이 됐단 평이다.
인구 소멸 지역 거주민들을 위한 유통기업들의 사회공헌적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단 견해가 나온다.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은 인구 소멸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방 지역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쿠팡은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대규모 물류 투자를 통해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쿠팡은 2021년 기준으로 30개 이상 지역에서 100개가 넘는 물류 인프라를 운영 중이다. 간접고용 효과까지 고려하면 비수도권에서 약 37만개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발생했으며, 총 11개 지역에서 서울보다 높은 고용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컬리는 충청·대구·부산·울산 지역으로 새벽배송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7월 평택에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를 추가로 구축했고, 충청권 일부 지역(대전·천안·아산·청주)에 새벽배송을 진행하게 됐다. 평택 물류센터가 주로 담당하는 지역은 서울과 수도권 남부, 충청권 일부다. 평택 물류센터는 축구장 28개 크기로 현재 마켓컬리가 보유하고 있는 물류센터 중 최대 규모로, 향후 전체 물류 생산성이 지난해보다 20%가량 향상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수도권 서북부 지역은 김포 물류센터, 부산과 울산 등 영남지역은 창원의 동남권 물류센터에서 배송을 맡고 있다.
신선배송 플랫폼 오아시스마켓은 충청권 새벽배송 권역을 세종으로 확대했다. 세종 지역 새벽 배송은 오아시스마켓이 운영하는 의왕 스마트 풀필먼트 센터에서 이뤄진다. 다만, 수도권과 달리 주 6일 배송으로 운영돼 토요일에 출고돼 일요일에 주문한 물건을 받아볼 수는 없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기에, 수요가 수도권 대비 절대적으로 낮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지역에 물류 센터 및 배송망을 구축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