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농‧저임금 유통업계 일자리…IT‧AI 기술로 해법 찾기 나서
정부, 외국인 고용 16만5000명으로 확대…호텔‧콘도업은 보류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장기화되는 고물가로 소비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통업계는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 속 인력난을 겪고 있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점 및 주점업에서 부족한 인력은 6만2000여명으로 인력부족률이 5.3%에 달한다. 산업 평균인 3.4%보다 1.5배 이상 높다.
유통업체 인력난의 근본적인 문제는 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로 꼽힌다. MZ세대는 힘든 일을 원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의 상승도 최근 노동강도가 비교적 낮은 산업분야로 인력이 이탈하는 현상을 불러왔다.
유통업체는 노동강도를 감소시키기 위해 최근 몇 년간 키오스크, 조리로봇, 테이블오더 등 스마트 기기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유인계산대로 운영하는 심야 영업 매장을 줄이고 AI매장과 무인매장을 늘렸다. 대형마트는 계산대에서 근무하는 근무자의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해 의자를 배치하고, 무인계산대도 도입했다.
유통업계의 디지털 전환은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 투자라는 걸림돌이 작용하고, 노년층에게는 어렵고 사회적 소회감을 느끼게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운영 대수는 2019년 18만9951대에서 2022년 45만4741대로 늘었다. 같은 기간 요식업에선 5479대에서 8만7341대로 3년 만에 약 16배 급증했다. 그러나 이에 반해 고령자 이용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내년도 외국인력(체류자격 E-9) 도입 규모를 올해 12만명보다 37.5% 늘려 역대 최대인 16만5000명으로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취업 가능 업종을 음식점업·임업·광업까지 넓히는 게 골자다. 현재는 E-9 비자 입국자가 취업 가능한 업종이 제조업·조선업·건설업·어업·농축산업 등 일부로 제한돼 있다.
방문취업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중국 동포나 유학생만 취업이 가능했던 음식점은 이번 결정으로 일반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제주, 세종과 기초자치단체 100곳에서 한식당 주방 보조 업무에 한해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외식업계는 일단 외국인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는 소식에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호텔과 콘도 업종에 대한 논의는 보류돼 호텔업계는 인력난·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상황에 부닥쳤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9860원으로 인상된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이는 올해 시급 9620원, 월급 201만580원보다 2.5%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최저시급이라하면 영세업자나 편의점 등의 업종을 떠올리지만, 호텔‧콘도업체들도 각종 연회, 웨딩, 이벤트 등 행사에 시간제 근로자를 유동적으로 고용하기 때문에 최저시급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AI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통업계는 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소비침체의 가장 최전선에 놓인 만큼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업계가 없도록 정부의 맞춤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