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대동 '떡볶이 먹방'에도 민심 수습 역부족
민주, 13일 부산 최고위회의·'전세사기 특별법' 여론전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의 텃밭인 PK(부산·울산·경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로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며 경고등이 들어왔다. 윤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을 이끌고 부산 지역 시장을 찾아 '먹방'까지 연출했지만 지지율은 오히려 더 떨어지며 여권 내에서는 2020년 총선보다 못한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 개최로 흔들리는 부산 민심 공략에 나서며 국민의힘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우하향을 그리며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기점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다. 엑스포 개최 실패 후 지난 4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37.6%로 전주 대비 0.5%p 빠진 반면 PK 지역은 평균치보다 높은 3.1%p가 하락했다(11월 27일~12월 1일, 전국 성인 남녀 2507명, 응답률 2.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 그밖에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윤 대통령이 유치 실패 발표 당일 예정에 없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달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지지율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일주일 후인 지난 6일 재벌 총수들을 대동하고 부산을 찾아 전통시장을 방문하고,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추진을 통한 가덕도 신공항 개항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 북항 재개발 추진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약속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직후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PK 지지율이 전주 대비 5%p가 떨어지며 '떡볶이 먹방' 효과가 전무했다. 오히려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이 여권 내에서 나오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그림을 그리나"라며 "그런 장면이 나온다고 지지율이 올라가나. 구태의연한 기획"이라고 질타했다.
김 전 실장은 "부산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3석 당선된 곳"이라며 "PK가 국민의힘의 안방이지만 민심의 흐름이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곳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사실상 TK(대구·경북)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내년 총선 55~60석 나올까 두렵다"며 "당 내부 자료를 보면 내년 총선에서 서울 6석을 예상했다고 하는데, 만약 이대로라면 수도권, 부산, 경남은 물론 충청권도 참패가 예상되고, 대구 경북과 강원 일부의 승리만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부산·경남만 하더라도 정부 견제론이 훨씬 높다"며 "주말에 부산에 갔다 왔는데 부산에 중도뿐만 아니라 보수까지도 이탈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닥인 줄 알았는데 바닥 뚫고 지하 1층, 2층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 의원은 "영남 자민련이 아니라 대구·경북 자민련이 될 수 있다"며 "반쪽짜리 정부를 총선 지나고 온전한 정부로 만들어야 되는데 완전히 정부가 사실상 붕괴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민생 정책을 앞세워 여당에 사나워진 PK 민심을 공략할 태세다. 당장 오는 13일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일제히 부산으로 내려가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대규모 전세 사기 피해가 발생한 부산 수영구 일대를 찾아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여론전도 함께 진행한다.
부산 북강서갑이 지역구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라디오에 "부산 민심은 분기탱천 중이다"며 "윤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을 뒤에 다 병풍처럼 세우고 떡볶이, 어묵 먹는 거 보고 부산 시민들은 '되게 비겁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욕먹는 것을 함께 뛰었던 재계 총수들하고 N분의 1로 나누려고 하는 것 아니냐. 책임을 회피하려는 장면들에 비판적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