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여야가 중진·지도부 불출마, 인재 영입 등을 내세우며 제각기 '새 얼굴 찾기' 경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과거 실권을 잡았던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내년 총선 후보로 속속 다시 등장하고 있다. 올드보이들이 '인적 쇄신' 흐름을 거슬러 국회에 다시 안착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6선 경력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자신의 지역구였던 부산 중구·영도구 재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가짜 수산업자 사기 사건' 등에 얽혀 정계를 떠났던 김 전 대표는 지난달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회동하며 여의도에 다시 등장한 바 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대통령의 측근들이 당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며 인 위원장이 주장하던 '친윤석열(친윤)계 험지 출마론'에 힘을 실은 바 있다.
6선의 이인제 전 의원도 지난 12일 자신의 고향인 충남 논산·계룡·금산 선거구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1948년생으로 만 75세인 이 전 의원은 "맥아더 장군이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사령관으로 참전했을 때 나이가 71세였다"며 나이에 상관 없이 국가를 위해 뛰겠다고 공식적인 정계 복귀를 알렸다.
야권에서는 4선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전라북도 전주시병에서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최근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구 획정안에서 전북의 지역구가 감소하게끔 조정되자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지난 11일에는 한 언론에 출연해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은 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총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4선의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지난 12일 자신의 고향인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목포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던 박 전 원장은 오는 16일 출판기념회를 열고 본격적인 총선 행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유성엽 전 의원은 전북 정읍·고창에서 4선 도전에,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광주 서구을에서 7선 도전에 나선다. 이종걸 전 의원은 서울 종로구에서 6선에 도전한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역시 현재 수도권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올드보이'들이 총선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여야 지도부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인적 쇄신보다 이들의 출마로 자칫하면 기득권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선택한 지역구가 대체로 당의 지지세가 높은 지역구이기에 현역 의원들의 견제도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고민정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총선은) 내외부에서 젊은 인재들을 발굴해 '미래의 씨앗이자 희망'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면서 "올드보이들의 귀환으로 다 채워져 버리면 선거가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동영 전 장관이 출마를 선언한 전주병의 김성주 의원은 "(올드보이들이) 열심히 싸우는 후배 정치인들의 등에 총을 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정세균 총리와 같이 내려놓는 자세와 태도가 어른답다"고 '불출마' 결단을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