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칼럼]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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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칼럼]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다
  • 매일일보
  • 승인 2023.12.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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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인천광역시의원(행정안전위원회 제2부위원장)
김대영 인천광역시의원(행정안전위원회 제2부위원장)

필자는 지난 4월 27일자 본지에 <미추홀구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당시엔 전세사기라는 이슈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며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자는 요구가 전국을 가득 뒤엎었을 때다. 그 이후 전세사기라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 전세사기 문제가 처음 터졌을 때는 작년 7~8월 경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언론을 비롯한 여론은 그것을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일어날 수 있는 일' 이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 언급했 듯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것은 어느 한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 때문이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원회에서도 활동했던 30대 청년은 자신들을 보호해줄 울타리 하나 없이 계속해서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상황을 견딜 수 없어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그 유서에는 이런 글이 쓰였다고 한다. "대책위에서 많은 위로를 얻었지만 더는 못 버티겠다 (중략) 이게 계기가 돼서 더 좋은 빠른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말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과 같은 불행은 여기서 끝내고 다른 사람들만이라도 구제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럼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아무도 나서려하지 않았다. 시민들과 정치권의 거센 압박에 못이기는 척 생색만 내기 일쑤였다. 그리고 또 사람이 죽었다. 20대 청년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죽은 것이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며칠 전 자신의 부모에게 2만원만 빌려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게 한다. 이처럼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는 와중에도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 6월, 겨우 전세사기피해지원 특별법이 제정됐을 때도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물론 결과물이 특별하지 않은 특별법이었기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절망적이었지만, 정부·여당이 이 문제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시한 아주 최소한의 조치였다.

12월 현재까지도 경기, 광주, 부산, 대전 등등 전국 각지에서 전세사기 문제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손을 놓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아예 해결할 의지가 박약해 보인다. 예를 들어 인천의 사례를 보면, 2023년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 총 63억원이다. 그러나 그 중 집행하지 못하고 반환한 금액이 61억원이다. 98%를 쓰지 못하고 다시 반환한 것이다. 왜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성 없는 대책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구제할 대상으로서 충분함에도, 피해자 중 누구, 피해자 중 소득 얼마, 피해자 중 이것을 지원받은 사람 등등 피해자 중에서 무언가를 또 다시 선별하고 갈라치기 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하니, 정작 이를 바라보는 피해자들은 현실성 없는 대책에 또 한 번 실망하고 만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다.

63억원이었으면 피해가구당 200만원씩이라도 긴급생계비 명목으로 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에선 그 어떤 것도 바꿀 생각이 없다고 한다. 지금 시행하고 있는 '저리대환대출 이자지원', '긴급주거 이사 시 이사비지원', '현 거주지 퇴거 후 월세를 들어가면 월세지원', 이 세 정책에 대해 내년이면 경공매 유예조치가 끝나니 '수요가 많아져야 할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필자는 이렇게 말하는 인천시 관계자들의 말을 들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결국 피해자들에게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가라는 것이다. 시민의 삶을 챙기고, 시민의 주거안정을 보장해야 하는 지방정부 공무원들의 인식이 이렇다. 단체장들은 어떻겠는가?

필자는 강력히 바란다. 무조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하길 바란다. 지방정부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권한을 동원해 전세가구 전수조사, 피해지원에 대한 신청 및 상담구조 일원화, 그에 따른 인력 대거 충원 등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정권이 어느 당이든 간에, 그 어떤 정당도 시민의 안전, 시민의 생명, 시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기에 일하는 정치, 일하는 행정을 하면 안 될까? 그게 그렇게 어려울까? 화려한 마천루를 꿈꾸는 것은 잠시, 아주 잠시 내려놓고 전세사기로 고통 받는 시민들의 삶부터 제자리로 찾아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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