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수도권·청년' 겨냥 비대위 인선 고심
일각에선 '70·80·90년대' 주축 비대위 요구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국민의힘이 오는 26일 당 전국위원회를 열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한다. 연내 비대위 출범을 목표로 비대위원 인선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그 면면에 큰 관심이 쏠린다. 당내에선 789세대(70, 80, 90년대생)로 비대위를 채워 더불어민주당 주류인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를 퇴출하자는 '세대교체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장관은 26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추천안이 의결되면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국민의힘은 29일까지 비대위원 인선을 매듭짓고 '한동훈 비대위'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한 전 장관은 지난 21일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되고 법무부 장관 이임식을 한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비대위원 인선을 숙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높은 정권 심판 여론, 아울러 수도권 위기론 등이 불거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지도부 인선이 한 전 장관과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 평가의 첫 출발점이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비대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15인 이내로 구성된다. 당연직으로 포함되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제외하면 최대 12명을 한 전 장관이 직접 임명하는 만큼 인선 결과는 한 전 장관의 의지와 총선 전략이 반영되는 셈이다.
당내에서는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층, 이른바 '중수청'을 겨냥한 젊고 참신한 인물로 비대위를 채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겸 권한대행은 지난 21일 긴급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비대위원 인선과 관련해 "우리가 취약한 청년층이나 중도, 수도권과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는 분을 중심으로 진용을 갖추는 것이 좋겠다"며 "누구를 (임명)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기준을 미리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더욱 구체적으로 비대위원 전원을 789세대(70, 80, 90년대생)로 채우자고 제안했다. 하 의원은 "영남 기반의 우리 당을 수도권 정당, 청년정당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비대위원 전원을 70년대 이후 출생자로 채운다면 당의 달라진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꼭 생물학적인 789세대에 국한하자는 뜻은 아니다"며 "789세대를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하되 새로운 시대정신을 잘 대변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전 세대라도 중용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더 높일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장관처럼 70년대생·90년대 학번, 이른바 '97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세대로 당 지도부를 구성한다면 민주당의 주류인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와의 '혁신 vs 구태' 프레임으로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에 합류한 조정훈 의원 역시 지난달 <매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장관은 같은 97세대로서 586을 설거지하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며 "정치에는 다양성과 프로페셔널이 동시에 필요한데 한 전 장관은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 지명 직후부터 지난 2011년 '박근혜 비대위'를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19대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과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당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출범한 박근혜 비대위는 10명의 비대위원 중 6명을 외부 인사로 채웠다.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26세의 이준석 전 대표를 전격적으로 발탁하는 파격으로 결국 152석을 차지하며 총선에서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