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금리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자금을 잠시 맡겨놓는 ‘파킹’ 목적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단기금리형 ETF(상장지수펀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단기 투자에 적합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를 추종하는 ETF를 잇달아 출시, 선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개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15조8211억원으로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MMF는 CD, 기업어음(CP), 만기 1년 미만 채권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다.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언제든 환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개인과 법인을 포함한 전체 MMF 설정액은 지난달 204조6114억원까지 오르며 다시 2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2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10월 160조원대까지 내려왔다가 작년 말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올해 상반기 통화정책 변화를 예고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이 촉발한 것으로 읽힌다. 통화완화 선호 신호가 강했던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시장에서 금리 인하 시기 등에 대한 전망이 갈려졌기 때문이다. 즉, 금리 인하 시기·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강해져 당장의 투자보다 일단 ‘파킹’을 통해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태도가 강해진 것. 이처럼 파킹 투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자산운용업계 1·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간 금리형 ETF, 특히 CD금리 ETF 경쟁도 불붙었다.  선공을 나선 쪽은 미래에셋운용이다. 매일 금융투자협회가 고시하는 CD 91일물 금리를 하루 단위로 추종하는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를 2020년 7월 상장했다. 이 ETF는 20여년간 1위를 고수해오던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을 제치고 지난해 9월 순자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시장 개설 이래 금리형 ETF가 주식형 ETF를 처음으로 앞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해 6월 맞불을 놨다. 똑같이 CD 91일물 금리만큼의 수익률을 일할로 제공하지만 미래에셋 ETF와 달리 ETF 1좌당 가격을 가장 높은 100만원으로 설정하고 호가단위를 가장 낮은 5원으로 설정해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최근 들어 뜨겁다. 지난해 7월 말까지만 해도 순자산 5000억원대에 머물렀던 이 ETF는 지난 1일 기준 순자산 7조원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반격을 받은 미래에셋운용은 내일(6일) 재공세에 나선다. 91일물보다 만기가 긴 1년물 CD금리를 일복리로 제공하는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를 이날 상장할 예정이다. 만기가 길면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단기물보다 장기물의 금리가 높은데, CD 1년물 금리가 91일물 금리보다 높아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미래에셋운용의 설명이다.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와 비슷하게 좌당 가격을 100만원으로 설정하고 낮은 호가 스프레드를 제공해 파킹 목적에 맞도록 거래비용을 낮게 유지할 계획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과 중앙은행 간 금리 인하에 대한 생각의 간극이 좁혀지면서 금리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며 “이 시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의 파킹형 투자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