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쇼크에 3월 금리 인하설 사실상 폐기 수순
셈법 복잡해진 한은...이창용 "인하속도 늦어질 것"
셈법 복잡해진 한은...이창용 "인하속도 늦어질 것"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금리 인하설’이 사실상 시장에서 증발돼 자취를 감췄다.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은 더이상의 동력을 잃게 됐다. 국내에서도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현실적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1월 물가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연준의 첫 금리인하 시점이 5월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연준의 발목이 묶인다는 건 한은의 금리인하도 늦춰질 거란 소리가 된다. 앞서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1% 오르면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2.9%를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3.9% 올라 시장 예상치인 3.7%를 넘었다. 물가가 예상보다 견고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1월 지표가 발표된 직후 블룸버그 터미널이 사용자를 상대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연준이 3월 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10.6%, 5월에 인하할 확률은 26.8%로 낮아졌다. 전날보다 각각 1.7%포인트(p), 24.1%p 내린 것이다. 지난해 12월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올해 3분기에서 3월로 앞당겨 전망한 바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도 같은 시기 연준의 올 3월 금리 인하 확률이 70%로 높게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올해 3월이 다가오자 금리 인하 기대감은 모래성처럼 완전히 허물어지는 모양새다. 비둘기처럼 보였던 파월은 매파 본색을 드러냈고, 물가도 쉽게 잡히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면서다. ◆매파 본색 파월…추가 금리 인상설도 제기 월가도 연준의 첫 금리인하 시점을 6월로 점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애나 웡과 스튜어트 폴은 “1월 CPI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것이 순조롭지 않을 것을 보여준다”며 “연준이 5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번 결과와 같은 징후가 계속된다면 인하시기는 더 늦춰질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2월 인플레이션도 예상만큼 낮아지지 않고, 연준에서 매파(긴축 선호)적인 발언이 잇따라 나온다면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크리스 재커렐리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연준이 금리 인상의 문을 열어둘 수 있다고 봤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